“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더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거 어쩌죠?”
책임이 두려운 어떤 이는
내 일과 내 일이 아닌 것을 열심히 구분한다.
“이것 좀 처리해 주게나.”
“제가요? 왜요? 이건 제 담당이 아닌데요.”
“급해서 그래, 이번만 빨리 해 줘.”
“......”
자기 일에 한계를 긋고, 안전선을 구축하고,
안전지대에 머물고픈 어떤 이는 자신을 일에 가둔다.
자신의 성장도, 발전도 가로막는다.
‘나’와 ‘나의 일’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못하는 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책임 없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왜 그랬어? 내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잖아.”
“그런 얘기 저는 들은 적 없는데요.”
“뭔 소리야? 지난번에 내가 분명히 얘기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고 착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답답하네, 말할 때마다 녹취를 할 수도 없고….”
“저는 시키시는 대로, 그대로 다 했습니다.”
“다 하기는 뭘 다했다고 그래, 일이 이 모양이 되었는데.”
“어쨌든 저는 잘못한 거 없습니다.”
실수한, 실패한 자신이 부끄러워서,
뒤처지는 듯한 자신을 자책하기 싫어서
어떤 이는 ‘남 탓’으로 ‘내 탓’을 차단한다.
“너 때문에 다 망쳤어. 이제 어쩔 거야?”
“그게 어떻게 나 때문이야?
네가 처음부터 우물쭈물, 주저주저하는 바람에
막판에 몰려서 내가 너 대신 급하게 처리해서
이만큼이라도 겨우 건진 거잖아.
“아니, 난 최선을 다했어,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나처럼 했을 거야!”
“참, 어이가 없네, 그게 말이 돼?”
“어쨌든 네가 다 했잖아? 나는 잘못한 거 없어.”
“......”
“......”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얘기하고, 이거부터 얼른 해치우자.”
부끄러움을 숨긴 채,
슬며시 뒤돌아서서 달아오른 숨을 고른다.
잘못된 일을 수습하는 건 뒷전으로 밀려난다.
원망으로 이어지는 남 탓은
중독성 강한 진통제다.
그 순간, 자책을, 부끄러움을 모면하려다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고통을 치유하기 힘들게 만들고
대인 관계마저 흩트려 놓는다.
내 탓을 하면
인정이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 어떤 이는
확증편향으로 진통 효과를 강화하려다가
남들에 대한 원망도 미움도 화도 커졌다.
그는 점점 피해 의식이 마음 깊이 자리 잡아
일상이 우울하고, 때론 분노 조절을 잘 못한다.
‘난 왜 이렇게 바보처럼 맨날 당하고만 사나?’
이 지경이 되어서도,
이 지경이 될 때까지도
남 탓을 해 온 자신을 탓할 수 없다.
이 지경이 된 것마저도
모두 다 남 탓이라고 믿기 때문에.
믿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이것밖에 안 되나? 다 못난 내 탓인가?
아니, 아니야 내 탓이 절대 아니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그럴 리가 없어.’
불쑥불쑥 솟아난다.
원치 않는 일이 생길 때마다 그는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들이 다 망쳐버리니,
난들 어쩌겠어?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없어.
누워서 핸드폰이나 해야겠다.”
날은 어두워지고, 갈 길은 희미해지고
그는 우울하다, 무기력하다.
어떤 이는 진심이, 영혼이 담긴 사과를 갈망한다.
사과를 받아야, 자책을, 남부끄러움을 덜어낼 수 있고,
남 탓이나 원망을 멈추고, 용서를 통해
아픔을, 고통을 흘려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도 너도 서로 잘못했으니,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자.”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사과를 해?
사과는 너만 하면 돼!”
“그래? 그래, 알았어, 미안해.”
“지금 이걸 사과라고 하는 거야? 어이가 없네.”
“미안해, 미안하다고.”
“네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널, 용서 못 해. 안 해, 안 할 거야!”
“......”
그의 부끄러운 남 탓은 그칠 줄 모른다.
남 탓은 심리적 자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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