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쓰고 있는 작가지망생의 넋두리

요즘 귀신보다 글쓰기가 더 무서운 이유

by forresteomp

우연한 계기로 작년부터 달리기와 독서를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연계된 스레드(Threads)란 네트워크 서비스에 러닝기록을 올리게 되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텍스트기반이지만 사진과 영상도 업로드가 가능했기에 러닝앱의 기록을 캡처한 사진과 간단한 소감을 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내 주변에는 독서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스레드를 하면서 공통관심사를 가진 스친(스레드친구의 줄임말)들이 생겨났다. 러닝기록은 물론 각자의 일상이나 생각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동기부여를 얻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스레드의 알고리즘은 나를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시켜주었고 독서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스친들과도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독서와 짝꿍인 글쓰기를 하는 작가 스친들도 생기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러닝기록뿐만 아니라 책에 관한 이야기나 내가 일상에서 느낀 점을 올리게 되었는데 스레드의 500자 글자제한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러던 중 스친들을 통해 브런치를 알게 되어서 긴 글을 시험 삼아 저장해 보고 이미 스레드에 올렸던 글도 조금 다듬어서 저장해 보았다.

그렇게 저장한 글이 곧 3개가 되었고 작가신청조건이 충족되자마자 ‘되든 안 되든 경험 삼아 한 번 신청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이틀 후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란 알림을 보게 되었다.(지금 근무 중인 회사도 경험 삼아 면접이나 한 번 보자는 마음으로 지원했었는데 입사한 지 벌써 22년이 넘었다.)


한 번에 되었다는 스친들이 없었기에 난 이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스레드에 공유했고 스친들의 축하를 받고 심지어 조언을 구하는 댓글도 달렸다. 솔직히 어리둥절했지만 나도 몰랐던 글재주를 뒤늦게 발견한 것인지 내 글을 검토해 주신 분이 좋게 봐주신 건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막상 얼떨결에 작가란 타이틀을 얻고 보니 지금까지 부담 없이 아무렇게나 작성하던 글을 단 한 글자조차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루에 몇 번이고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올라도 자꾸만 미루게 된 것이다. 그 이유를 비유로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도축업자가 아주 좋은 소 한 마리를 얻었다. 그는 아직 초보라 칼을 잘 다루지 못하며 고기를 각 부위별로 정확히 나누어 본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 그는 이 좋은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행여 좋은 고기를 망치지는 않을까 망설이는 사이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일곱 빛깔 무지개를 그리고 싶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빨간색과 노란색 그리고 검은색뿐이다. 더 절망적인 건 그것이 물감이 아닌 색연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약소국에서 비밀리에 플루토늄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핵무기를 만드는 데 성공만 하면 주변 강대국들이 함부로 우리나라를 대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이 나라에는 아직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과 과학자가 전혀 없다.


더 비유를 들지 않아도 아마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아무리 좋은 주제와 좋은 글감이 있더라도 좋은 글을 쓰기에는 내가 쓰는 언어의 세계가 너무 비좁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남들은 최소 64색의 색연필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12색 색연필이 전부이며 그것조차도 제대로 활용을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자괴감과 열등감이 최근 들어 확 밀려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본다. 좀 투박하고 표현이 서툴러도 나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병아리 작가가 아닌가?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년에 힘들게 읽었던 ‘탄허록’이란 책이 생각난다. 불교용어가 많은 탓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천재 중 한 분이셨던 탄허스님의 생각과 가르침을 어찌 책 한 권만 그것도 딱 한 번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놀라운 점은 그 이후 불교와는 관계가 없는 책 몇 권을 더 읽었는데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지금의 내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멈추거나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의 주제가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면 언젠가는 그 원석을 가공하고 더 나아가 세공하는 능력을 갖추어 가치 있는 보석으로 완성하는 날이 오리라 믿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원석을 모으고 또 모아보자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실패도 하겠지.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것보다는 낫다.

역설적이지만 한편으론 원석이 너무 많아 설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즐겁다.

그리고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