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FOMC 이후 시장 분위기가 다소 애매하게 흐르는 듯 합니다. 일단 금요일 일본중앙은행의 결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죠. 일본은행의 딜레마는 결국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는 것은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엔화의 약세를 제어해야 하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낮춰주거나 일본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릴 분위기가 전!혀! 아니니 지난 해 12월부터 조금씩 일본은행이 YCC의 상단을 열기 시작했었죠. 문제는 상단을 열고 나니 금리 상승 압력이 빨라지는 겁니다. 0.5%라는 수문을 열어젖힌지 2개월 만에 0.75%까지 일본 10년 국채금리가 상승하자 일본은행도 다소 당황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금리가 올라오더라도 너무 빠르게 오르지 않도록 제어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겁니다. 그래서 올라오는 금리를 막기 위해 장기국채를 매입하면서 금리 상승을 애써 눌러주는 노력을 하는 거죠.
문제는 국채를 사들이면서 엔화를 공급하게 되니 엔 약세가 보다 심화되는 겁니다. 엔 약세의 심화는 물가의 상승을 가리키죠. 제동을 걸기 위해 금리 상승을 조금 더 용인합니다. 일본은행은 금리가 천천히 올라오면 좋겠는데.. 흥분한 시장이 그걸 기다려주지 않죠. 금리를 마구 밀어올리는 겁니다. 어느 새 0.75%가까이까지 밀어올리게 되자 당황한 나머지 견디지 못하고 국채를 매입하면서 금리를 눌러주게 되죠. 그 과정에서 엔화가 다시금 풀려나오니 엔 약세가 보다 심화되면서 달러엔이 148엔을 넘어선 겁니다. 또 당황해서 이거 제어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10년 금리도 어느 새 0.7%를 넘겨버린 것이죠. 금리를 천천히 올리려면 이걸 제어하기 위해 국채를 사들여야 하니 엔화가 약세를 보이구요, 엔화 약세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니 이것도 부담이 됩니다. 어느 새 엔화도 148엔, 금리도 0.75%까지.. 꽤 높은 레벨까지 올라왔죠. 엔화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해 11월 사력을 다해 지켰던 달러 당 150엔 수준에 거의 육박해있죠.
지난 목요일 FOMC의 결론은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었고, 점도표(미래의 금리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예측)와 성장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예측이 주된 골자였다. 올해까지는 추가인상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아직 성장이 탄탄하다는 지표들이 나오면 연준의 핵심 목표인 물가 잡기를 위해 모두가 기대하는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질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해진 것 같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그렇듯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물가수준관리가 목표라서, 일본 중앙은행도 엔화 약세를 제어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거나 일본이 금리를 높여서 엔화수요를 높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은 5.5%, 일본은 -0.1% ㅋㅋ)
그렇다면 어떻게 엔화 약세를 제어할 수 있을까? 일본은 지난 7월인가? YCC 타겟을 특정 금리수준에서 범위로 책정함으로써 어떻게 보면 상한을 높였었다. 이말인즉슨, 국채금리가 어느정도 올라가더라도 용인하겠다는 뜻이므로 금리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
YCC 정책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를 들어 국채금리가 1%를 넘어가면 우리(일본중앙은행)가 국채 무제한으로 매입해서 금리 상승을 조절할게요~ 이다. 그리고 이 수준이 0.25%, 0.5%와 같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가 지난 7월에 1%까지 상한을 오픈한거고.
어떻게 보면 앞으로 취할 통화정책 액션을 가시화해서 볼 수 있게끔 하는 장치이면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금리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시장에 주는것이다.
그래서인지… 구두 개입에 대한 언급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재무성 뿐 아니라 관방장관까지 나서서 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죠. (지난 해 11월에도 비슷했습니다^^) 잠시 일본 재무상 얘기를 보고 가시죠.
“스즈키 재무상은 "(환율) 수준과 엔저 진행의 속도 등에 견해를 말하는 것은 환율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외환 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뉴스1, 23. 9. 22)
그리고 옐런 장관까지 나서서 이런 얘기를 하는데요… 잠깐 인용하고 가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전날 “일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면 이해될 수 있다”며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옐런 장관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화 가치가 급변할 경우 일본 당국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승인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서울경제, 23. 9. 20)
네… 환율의 조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 엔 약세로의 쏠림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건 용인하겠다라는 식의 코멘트죠. 그런데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이 납니다. 잠깐 인용 하나만 더 하고 가죠.
“미국 재무부가 엔화의 반등에 일조했다. 미 재무부는 22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와 공조해 환율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개입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마아클 키쿠카와 미 재무부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오늘(22일) 일본 은행이 환율시장에 개입했다"며 "일본의 조치를 이해한다. 이는 최근 급등한 엔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의 개입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키쿠카와 대변인은 덧붙였다.”(뉴스1, 22. 9. 23)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국채를 계속 사들이다보니 엔약세가 심화되고 물가가 상승한다. 근데 이와중에 금리 올라오는 속도가 심각하다보니 중앙은행이 또 국채를 매입하고, 엔화가 시장에 풀리면서 엔약세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중앙은행의 구두개입이라는 변수가 들어왔는데, 미국 재무부도 이에 동참하는 그림이다. 아래 그 내용이 나타난다. (오건영 부부장님은 이런 코멘트의 타임라인이 머리속에 다 있으신걸까..? 너무 신기하당)
위에는 9월 20일 기사구요, 요건 9월 23일 기사죠. 뭐야.. 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계속 인용하고 있남.. 이라는 반감이 드실 텐데요.. 오산입니다. 기사의 년도를 보시죠. 네.. 2022년 9월 23일 기사죠. 위의 인용문은 2023년 9월 20일 기사구요.. 1년 전 즈음도 지금과 참 비슷한 얘기가 오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지난 해 9월 23일에는요… 파월 의장이 8월 말 잭슨홀에서 그 유명한 8분짜리 연설을 한 데다 자이언트 스텝을 계속해서 쏘는 바람에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던 시기였죠. 당시 달러 초강세와 함께 엔 약세가 두드러지자… (150엔에 육박) 이렇게 엔 약세를 제어하기 위한 일본의 개입이 시작되었고…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에서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거라면 뭐.. 어떻게 하겠어요~~라면서 용인을 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던 거죠.
이런 기사를 보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요? 예를 들어 엔화의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50엔을 넘어가게 되면 지난 해처럼 강력한 시장 개입의 가능성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춤해지지 않을까요? 시장이 주춤거리게 되면 엔 약세의 속도가 150엔에 육박하게 되면서 점차로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럼 시간을 벌 수 있겠죠. 일본 금리의 상승을 천천히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요… 정말 위험한 순간에는 미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추가 엔 약세에 대해 느끼는 환 투기 세력의 부담이 큰 만큼 일본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구요… 천천히 금리에 대한 변화를 주게 될 겁니다.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지난 번에도 한 번 말씀드렸었죠? 시장이 이런 일련의 상황을 깨닫고 금리 인상 쉽지 않겠구나.. 라고 한숨 쉬면서 주춤할 때… 기습적으로 변화를 줄 것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참 기습 좋아하는 중앙은행입니다. 일본은행은…ㅎㅎ
그럼 바로 이 질문이 들어올 듯 합니다. 결국 달러 강세가 나타나게 되면서 다른 통화들이 다들 힘겨워하고 있는데… 그런 달러 강세는 언제쯤 풀리겠는가… 라는 질문이 바로 그거죠. 사실 달러 강세보다는… 금융 시장 상황이 지금 이 강한 킹달러 국면에서 언제쯤 빛을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지난 해의 상황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겠죠.
"변동성을 낮춘다", "안정화 한다". 중앙은행이나 정부부처가 정책을 결정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이유이다 (일본의 환율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정책에 우리는 개입하진 않았지만 안정화를 위한거니 이해는 해요~).
다음으로 ECB 얘기를 잠깐 다루어보죠. ECB는 금리를 동결하리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섰죠. 성장 둔화 기조가 워낙에 강했기에 여기서 추가 인상은 오버다.. 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만… 인플레이션을 지금 잡지 않고 이게 고착화되면 진짜 답이 안나올 수 있다.. 라는 두려움이 보다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성장 둔화 VS 고물가의 구도가 아니라… 성장 둔화 VS 인플레 고착화라는 구도가 나타나게 되면서 ECB 내부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된 거겠죠. 당장의 성장 둔화가 문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리스크를 사전에 제압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던 겁니다.
어느 정도까지 인상을 해야 물가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천천히 올리면서 분위기를 보는 방법도 있겠지만… 올려놓고 반응을 살피는 방법도 있겠죠. 천천히 올리다가 늦춰져서 인플레가 고착화되면… 뒤늦게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추가 인상의 고통만 남을 뿐 인플레 잡는 효과가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많이 올려놓으면?? 네.. 만약 힘겨워하면 올린만큼 내려주면 되겠죠. 더 높은 곳에서 더 강한 폭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니.. 보다 강한 호재가 될 수 있겠죠. 인플레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느린 긴축보다는 빠른 긴축을 한 이후 상황을 보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 ECB 내부에서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 반대편의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동결이 아닌 금리인상을 채택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확 잡겠다는 의지가 전방위적으로 공유된 듯 하고, 시장이 힘겨워하면 그만큼 내려주면 되니.. 이전 글에서 요약했던 기대효과가 역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이 내려줄것이라는 액션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 (유럽증시가 꽤 오르는 그림이 나타날지도?)
이후 ECB의 추가 인상은 어렵겠지만… 여전히 ECB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남아있죠. 바로 양적 긴축입니다. 오랜 기간 이어왔던 양적완화로 쌓아놓은 국채가 상당히 많은데요.. 이런 장기 국채를 조금씩 매도하면서 기준금리가 아닌 시장금리 자체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ECB 기준금리인 1일물 금리는 4.5%입니다. 반면 독일 10년 국채 금리는 2.7%에 불과하죠. 이걸 고상한 말로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하는 거겠죠. 기준금리를 묶어두면 단기 금리는 눌리는데… 양적 긴축을 통해 장기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럼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게 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마진이 살아날 수 있겠죠. 유로존 내 은행들이 지금 대출을 거의 늘리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대출 마진이 커지게 되면 변화가 나타날 개연성도 있겠죠. 애니웨이 ECB는 추가 금리 인상에는 향후 매우 신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CB의 케이스를 보면 성장 둔화 VS 물가 안정의 구도가 아니라… 성장 둔화 VS 물가 고착화… 의 구도가 지금 중앙은행들의 고민임을 알 수 있죠. 이런 고민은 연준에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요? 만약 그 말이 맞다면 파월 의장은 과소 긴축보다는 과잉 긴축을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요? 과소 긴축을 하다가 고착화되면 이거 고치는데 훨씬 더 긴 시간과 훨씬 더 높은 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할 테니까요.. 그럼 유로존보다는 성장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을진데.. 조금 더 금리 인상을 하는 방안도 감안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이 분이 또 등장하셔서 이런 얘기를 던집니다. 바로 불라드인데요… 기사 인용합니다
강한 긴축이냐 약한 긴축이냐.. 결국 긴축은 긴축인데 물가 고착화를 잡기 위해서 어느정도 수준의 긴축을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금 전 세계 중앙은행의 큰 화두인 것 같다.
“불라드 전 총재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적정 속도로 하락해 적당한 기간에 2%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험'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좋을 수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아시아경제, 23. 9. 22)
네.. 이번 불라드 총재 코멘트의 핵심은 보험적 금리 인상입니다. 와… 2019년에 연준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보험적 금리 인하”라는 표현을 썼죠. 그리고 그런 보험적 금리 인하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 바로 불라드입니다. 이번에는 보험적 금리 인상… 결국 물가를 적시에 잡기 위해 보험적 금리 인상이 좋겠다고 말하는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낮춰주면 되니… 무엇이 두려운가.. 라는 논리인데요.. ECB와 맥락을 같이 하는 듯 합니다.
"보험적 금리인상"..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서 물가 고착화를 잡자. 대신 만약 금리를 너무 올려서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금리 낮춰서 회복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나, 한편 물가 고착화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 때 가서는 너무 늦어버린다.. 강한 긴축이 더 나은 옵션일 수 있다는 불라드 총재님의 의견이다.
불라드 형님.. 참… 대단한 선구안을 가진 분인데요.. 기억하시겠지만 2년 전에는 양적완화의 종료인 테이퍼링을 가장 먼저 주장했죠. 그리고 지난 해에는 그 누구보다도 빠른 금리 인상을 요구했구요, 그 정도로 금리 인상하면 경기 침체 온다는 경기침체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어주기도 했었죠. 그리고 지난 해 말에는 6%대 금리의 가능성도 열어두었죠. 올해 잭슨홀 연설 직전에 등장해서 FOMC 성장 전망의 상향 조정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요.. 애니웨이.. 대단합니다. 매파에서만 활약했던 건 아니죠. 19년 6월에는 앞서 말씀드린 보험적 금리 인하를 제일 먼저 주장했고 코로나 때는 가장 적극적인 돈 풀기를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이번 불라드의 코멘트도 그냥 사뿐히 무시할 게 아니라.. 이런 관점에서도 해석을 해 봐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추가 인상의 가능성… 단순히 눈 앞에 나타나는 성장 전망과 물가 전망 뿐 아니라.. 인플레 고착화라는 관점에서 보다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듯 합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이 지금 전 세계 경제의 화두이다.
도망..쳐야하나..?
출처: 오건영 부부장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