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집을 나서다 보면 청소도구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파트 미화원분을 만날 때가 종종 있다. 어머니 또래인 미화원분의 손은 언제나 빨갛게 부어 있었다. 그날은 한파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기온은 영하 12도로 떨어졌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미화원분과 마주치게 되었다.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미화원분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나눈 대화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날씨 이야기였을 것이다.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이다. 이야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미화원분의 손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댕강 올라간 소매 밖으로 나온 손목이 눈에 걸렸다. 빨갛게 얼어 있었다. 나는 글이 써지지 않아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하던 길이었다. 문득, 노트북을 들고 있는 손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생각났다.
나는 2014년 5월까지 사교육의 중심지이며 빌딩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에서 논술을 가르쳤다. 빌딩마다 학원과 공부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곳이었다. 내가 있던 건물은 30층짜리 건물로 건물의 절반이 학원과 공부방으로 채워져 있었다. 30층짜리 건물이 학원과 공부방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보다 놀라웠던 것은 화장실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장실 창틀에 앉아 있는 미화원분들이었다. 내가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향했을 때 미화원분들은 한 뼘 남짓한 창틀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 입구에서 움찔 뒤로 물러섰다. 빈칸을 찾아 들어갔지만, 도저히 볼일을 볼 수 없어 그냥 나왔다. 일을 본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층 위의 화장실로 향했다. 그 후로 미화원분이 식사하고 있을 때면 자연스럽게 위층으로 향했다. 화장실은 세 칸으로 되어 있었으나 한 칸은 청소도구가 자리 잡고 있어서 두 칸밖에 사용할 수 없었으며 마주 보는 곳에 세면대가 있었다. 칸마다 기다릴 수 있는 인원은 두 명 정도였고, 그나마도 손을 씻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설 수 없었다. 좁은 화장실이었다. 이 좁은 공간이 미화원분들의 쉼터이며, 식사하는 공간이었다. 미화원분들에게는 화장실 말고는 마땅히 쉴 곳도 없고, 식사할 때도 없고, 물을 마실 식수도 없었다. 화장실 창틀에 앉아 잠시 수다를 떨고, 고단한 숨을 돌리고, 무연히 유리창 밖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한층 위로 올라가 볼일을 보는 것과 가끔 마실 물을 가져다드리거나 음료를 가져다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학생 어머니가 다녀가는 날이면 놓고 간 먹거리를 나눠 먹었다. 그럼 매번 고맙다는 인사를 민망해질 정도로 했다. 어머니 또래의 미화원분에게 존댓말 섞인 인사를 받는 것은 낯 뜨겁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여름이었다. 건물 안은 밖의 세상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왔다. 학생이 학원 실장을 붙잡고 화장실이 더럽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심하게 냄새가 나고, 쓰레기통에서 휴지가 넘친다고 했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화장실을 사용하는 인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있는 층만 해도 수학학원 둘, 영어학원 둘, 국어학원 둘, 논술학원 하나, 과학학원 하나, 음식점 둘, 화장실 한 곳이었다. 내가 있는 층의 유동 인원만 줄잡아 보아도 천 명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세 명의 미화원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아닌가 싶었다. 미화원분들은 한 층만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화원분들은 쉼 틈 없이 쓸고 닦지만,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불만이었다. 화장실이 더럽다며 미화원분들이 청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화원분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나와 복도를 청소하고, 계단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쓸고 닦았다) 사람들이 그분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도리어 이상한 일인 것을 몰랐다. 무엇보다 당신들의 쉼터이며, 식사하는 공간이 더러운 것은 누구보다도 싫을 것이 분명했다. 청결을 유지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더러운 것은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분들도 퇴근 시간이 있었고, 퇴근하고 나면 계단이든, 복도든, 화장실이든 쓰레기를 버리고 더럽게 사용해도 치울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화장실과 복도, 계단이 더러운 것은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라 빌딩을 관리자의 잘못이었다. 청소하는 인원을 늘려야 하고, 저녁 시간에도 전체적으로 건물을 관리하며 청소를 담당할 인원을 충원해야 했다. 또 사람들은 복도와 계단, 화장실이 더럽다고 말하기 전에 과자봉지와 컵라면 용기를 복도와 계단에 버리지 않도록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행동에 대한 교육이 먼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화원분이 수건을 목에 걸고 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유려했다. 공원 어디서 에나 따뜻한 햇볕이 굴러다니고, 분수가 솟아올랐다. 노상 주차장의 절반은 고급외제차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이들이 건물로 뛰어 들어오고 있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은 미화원분들의 한 달 치 월급의 절반을 호가하는 패딩을 입을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사람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는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검사와 은행장이 있는 줄 몰랐다. 그곳에서는 흔한 것이 검사요, 은행장이었으며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이었고, 대학교수였고, 의사였다.
나도 화장실 창가에 서서 유리창 너머의 안온한 세상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게 아플 때가 많았다. 유리창 앞에 서 있는 미화원분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미화원분은 어떤 마음일까, 너무도 투명한 유리창 아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왔다. 가방을 거실에 던져놓고 전기포트 코드를 꽂았다. 찬장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보온병에 생강 대추 청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보온병을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미화원분은 계단을 청소하고 있었고, 경비원분은 보도가 미끄럽지 않은지 확인하고 있었다. 나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보온병을 건네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활짝 웃었다.
이제 와 수줍게 고백하건대 나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