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아른거리는 순간과 말들
나에게 빚을 받으러 온 아이인 걸 몰랐던 순간들 속에서
나의 주변의 공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걸 나는 분명히 느꼈다
첫째 등원 준비하던 아침 어느날
너가 유리반찬그릇을 머리 높이 들고 있었다
곧 던질 거 같은 리액션
나는 던지면 안된다는 표정과 말을 한 순간
너는 더 높이 들어 그릇을 던졌고 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그 순간 유리조각들보다 나는 너가 내 말을 내 표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첫째 하원하러 갔다 만난 발달장애 형
첫째 어린이집 신발장에서 멀뚱멀뚱 서성이지만 느낌이 다른 형
속으로 뭐지? 뭘까? 느낌이 다르다는 건 한마디 섞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난 발달장애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어린이집에 보낸지 얼마되지 않았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너가 팔이 빠진 거 같다며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는 전화와 CCTV영상
CCTV영상에선 너가 혼자 빙글빙글 돌다가 넘어지면 갑자기 팔을 잡고 우는 영상이였다
나는 너가 팔이 빠진 것보다 너의 그 행동이 더 우려스러웠다
너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상담 중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지나는 길에 우리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야채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야채를 먹여야 하는가의 주제로
담임선생님과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이었다
나는 그럴때 카레나 짜장을 만들어 먹인다고 이야기 했다
그 순간 원장선생님께서 자폐성 친구들이 카레를 잘 먹는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땐 너가 병원에서도 어디에서도 발달에 관련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때였던지라
나는 뭐지?자폐가 뭐지?라는 생각 했다
첫째의 태권도학원에서 만난 발달장애 친구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만난 발달장애 친구였고 첫째의 유치원친구 오빠이기도 했다
첫째 태권도 하원 하러 간 날
첫째 유치원친구 엄마(발달장애친구의 엄마이기도 하다)를 만나 인사나누었다
첫째 유치원친구 엄마는 나에게 둘째의 발달장애를 알게 된 스토리를 설명해주신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돌때쯤 어린이집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 교수님께 진단받아 현재까지 치료받고 있는 스토리
왜 그런 개인사까지 이야기 하시는 걸까?그것도 첫만남에서...
그날의 기분 의아했고 미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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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늦은 언어로 소아과 진료를 보거나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상담을 할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36개월까지 기다려 보자고 이야기 하셨다
하지만 너는 36개월이 되기 전에 진단을 받았다
너만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건
나의 무의식 속에선 이미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생각을 지금이 돼서야 해본다
사실 30여년을 살아오면서 발달장애인을 한번도 보지 못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왜 그게 그때서야 보이기 시작했을까?
아마 나도 너의 다름이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너는 나에게 빚을 받으러 왔다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빚 갚는 걸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보고 싶었나보다
그렇다고 빚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