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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Aug 28. 2023

버스정류장

불편한 마음 수색하는 중 ㅡ  11 회

경기도민인 내가 서울로 연수를 들으려 집을 나섰다. 두 발을 움직이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한 버스가 오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오는 것이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마다 목적지를 들고 버스 장류장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가 뽀글 파마머리에 어두운 얼굴로 부채질을 하며 내 을 지나 몇 발짝 떨어져 섰다. '힘에 부쳐 피곤하신가?' 다음은 가방을 둘러맨 젊은 청년이 핸드폰을 보며  을 지나 옆에 섰다. '건강한 청년이네 젊은이가 많아야 하는데... 핸드폰 하며 걷다 넘어지면 어쩌누!'.  그 뒤로 자주색과 검은색 체크무늬 치마에 흰 반팔 셔츠를 입고 긴 머리가 축축한 채 왼손에는 핸드폰을 오른손에는 카드를 들고 숨을 약간 거칠게 쉬며 다가왔다.


 '등교시간 맞추느라 바삐 서둘러 집 문 앞부터 뛰어나왔나 보다' 지붕 닭 쳐다보듯 스쳐보고는 다시금 버스가 오는 곳을 바라보다 슬리퍼를 신은 그 여학생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양말 목이 길게 올라와 있는 다리 비율에 웃음을 입가에 슬그머니 퍼뜨리며 마음속에서 '그래 요즈음 애들 이네, 나 때는 검정 구두이거나 운동화를 신어야 했는데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네'라고 머릿속 말을 했다. 이내 '아니야 늦잠 자다 시간에 쫓기어 발에 걸치기 편한 것을 급하게 신은 거야. 어쩌면 교실 들어갈 때 실내화 갈아 신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것이야! 교실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근무할 때 단속하며 주의를 주었던 학생들이 떠올라 그럼 그렇지' 이렇게 마음속으로 혼자 그 여학생을 바쁜 사람으로 만들었다가 편하게 사는 아이로 취급하다가 복장을 갖춘 것이 삐딱한 학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순간 흠칫 스스로 놀랬다.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스캔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행동을 간파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는 것에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처럼 휘두를까?  내 마음속에서 하는 말이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 상대와 눈이 마주쳐 알아차리고 불편하게 느꼈다면 말다툼이 생겼을 것이다. 그나마 입 밖으로 내지 않은 것으로 다행이다 해야 하나! 에고!!! 그들이 모른다지만 나 자신은 알기에 부끄럽고 미안함에 마음속으로 살짝 눈빛을 보내어 급히 사과했다. 그리고 이내 들킬까 졸인 마음으로 냉큼 눈을 돌려 한숨을 쉬었지만, 나의 어리석음이 확대경으로 커지는 순간이었다(악의와 의도가 전혀 없었고, 그리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한숨 돌리며 사람과 동물차이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이지 않게 경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그 누구도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겠구나. 진짜 나만 모를 뿐 나보다 남이 나를 더 잘 관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나만의 멋을 표현함에 자유분방한 것이 말거리가 될 것도 아니건만 거기다 눈살 찌푸리게 한 것도 아닌데 마음을 소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상황과 속마음이 반영되지 않으니 한 사람을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난감했다. 또한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에 부끄러움이 남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타인의 모습을 보고 상상도 간파하려는 것도 아닌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시간만이라도 멍 때리고 있자' 잠깐 멈추어 타인에게 함부로 끼어들지 않아야 함과 겸손할 것을 타일렀다.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니 조절할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중요한 지침으로 체크했다.


일상 속 알고 지내는 관계에서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자신의 마음속 깊이 넣고 꺼내지 못하면 우울과 울화병(한국정서에서)이 생기고, 이와 다르게 밖으로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즉각적으로 행동하거나,  난폭하게 휘둘렀다면, 더구나 격하게 말로만 표현하였더라도 폭력이라 볼 수 있다. 들은 말이 귓가에 맴돌아 거친 행동 그 이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거나 듣는 사람도 상처를 받는 것을 넘어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 행동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만 모르고 주변 사람들만 힘들다면 환경은 적절하지 않은 상태로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고 시시각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은 고통이다. 


쓰다 보니 '조하리의 마음의 창'을 나누고 싶어졌다.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대인관계로 인한 고민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 나도 알고 타인도 아는 마음 - 열린 창 - 소통이 원활한 관계가 될 수 있고 서로 존중한다. 그리고 우리는                                                            희망한다.

 타인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마음 - 미지의 창 - 각자의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함으로 알아갈 수 있는 잠재                                                                    력 및 개발영역이다. 그리고 도전과 용기가 필요하다.

� 나는 아는데 타인은 모르는 마음 - 숨겨진 창 - 서로 경계가 필요하고 자기 보호가 되는 선에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 타인은 알고 있는데 나는 모르는 마음 - 장님의 창 - 마음 챙김 필요하며 자신의 행동관찰로 알아간다.                                                                              그리고 성숙해진다.


상관도 없는 타인의 일상 행동을 관찰하는 저를 발견했고, 그리고 타인의 경계를 넘지 않고자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어요!~~~~(진땀 삐질삐질!!!)


           - 함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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