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람이지..
얼마 전, 회사에서 날 누구보다도 챙겨 주시던 선배와
통화를 하다가 선배님이 김치만두가 먹고 싶다고
하신다. 같은 강원도 출신이라고 특별히 더 신경 써주신
고마운 사람..
지금은 유방암 삼중음성 판정으로 힘겹게
암과의 싸움을 하시고 계신데 뭘 통 못 먹겠고
김치만두만 당긴다고 하셨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나도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드시고 싶을 때
드시라고 김치만두로 유명한 곳에서 사서 바로 퀵으로 보내드렸다.
며칠 후 나는 김치냉장고에서 김장 때 오직 만두 만드는 용도로 따로 담은 소금으로만 절인 배추를 꺼냈다.
잘게 쫑쫑 썰어 물기를 꼭 짜고, 두부도 으깨어 넣었다.
숙주는 굳이 안 넣어도 좋다. 대파를 들기름에 볶고
깨도 부수어 아주 많이 넣어서 살짝 매콤하게..
내가 나고 국민학교까지 다닌곳은 강원도 정선이다.
그곳은 겨울에 김장 외에 만두만을 위한 배추를 따로
절구어 둔다.
독에 한가득 담아 백김치로도 먹기도 하고
겨우내 먹을 것이 없을 때 툭하면 꺼내 썰어다
만두를 빚어 먹곤 했었다.
그땐 고기도 귀해서 그냥 김치만 넣은 만두였지만,
고기 없이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맨두(강원도 정선 "만두"의 방언)하는 날이면
모두의 손이 분주해졌고 만둣국 먹을 생각에
하루 종일 신났던 것 같다.
구정 전날은 모두가 집집마다 만둣국 제사를 지냈다
설날은 떡국이 아니라 만둣국이었다.
특별히 설날의 만둣국에는 닭고기나 토끼고기나 꿩고기를 넣어서 더욱 맛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가끔씩 꿩만두가 그리운 날도 있다.
회사 선배랑도 우리 집은 만두에 무채를 넣었다느니
절인 갓을 넣었다느니 이야기하며 서로의 공통점으로
같은 도민 출신임을 도드라지게 티 내며 친목을
다졌던 때가 그리운 날이다.
겨울날의 만두가 제일 맛있지만, 이렇게 나는
오늘도 강원도식으로 절인 배추를 썰어
매콤하게 양념을 하여 한입 가득 그때의 추억을
그려본다.
그리고 강원도 선배님이 암을 잘 극복 하기를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