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

너의 이름은...

by 꿈꾸는 식탁


처음 상추를 접했던 기억이 어느 음식을 접했을 때 보다 더 선명했던 건 그 특유의 쌉사레했던 첫맛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쓴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입맛이 둔해지기도 했고 워낙 자극적인 것에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리라..

아주 어린 나이의 나에겐 유난히 맛이 없는 풀의 일부일 뿐이었고 더더구나 이상한 향으로 가득 찬 쑥갓도 어른들의 먹어 보라는 권유에 나는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기 일쑤였다.

무엇이든 처음은 낯설고 두렵고 쑥스럽지...


국민학교를 시골에서 마친 그해, 우리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 처음 상추를 접했던 순간처럼 서울이란 곳은 시골과 너무나 달라서 굉장히 어색하고 생경했으며 향수병에서 겨우 벗어나는 데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상추라고는 한 번도 사본적이 없었는데 마트에 가서 사서 먹게 되었고, 대기업에서 만들어 나오는 순두부와 두부도 마찬가지로 마트에서 샀다.

사 먹는 상추와 두부는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세상에 향기 없는 상추에 미끌거리는 순두부라니..

더더구나 마트 직원들은 부루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차차... 상추지...

사투리를 고치는데도 무던히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흘러 나는 언제 강원도에서 살았냐는 듯 서울 사람이 되어 있었으나 시골에서의 추억은 가슴 깊이

낡은 서랍 안에 숨겨둔 보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가끔은 부루(상추), 무꾸(무), 나생이(냉이)등의 사투리 보물도 꺼내어 쓴다.

잊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고 맛의 추억들이다.

큰 집에 마당 넓었던 시골집.. 따스했던 툇마루 양지에 비치는 노란색이라 생각했던 따스한 햇살 색의 기억들이 넓은 부루 잎사귀처럼 쫘악 펼쳐진다.

이제는 유난히도 좋아하게 된 상추,쑥갓,씀바귀(쏙새이)등의 사투리를 일부러 말해 놓고선,

"에이~~ 강원도 사투리라 모르셨구나~~"

하며 쓱 웃어넘긴다.

나보다 고향의 추억이 더 멀어진 두 언니들에게도 가끔 방언을 쏟아내며 언니들 추억까지도 같이 꺼내어 마당 넓은 집의 행복했던 기억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상추!

너의 이름은 아직 나에겐 부루이며, 고향의 향수를 가득 싸서 한 움큼 안겨다 주는 추억.

그 추억으로 쌈도 싸 먹고, 김치도 담고, 장아찌도 담으면서 아들에게 남편에게 또 다른 추억을 심고 있다.


*상추김치*

주재료 : 상추, 무, 양파, 배

양념 : 고춧가루, 마늘, 생강즙, 액젓, 매실액, 찹쌀풀

만드는 법 :

1. 분량의 상추는 씻어 물기를 털어 준다.

2. 양념에 섞을 무, 배,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3. 풀국을 만든다.(감자풀도 밀가루풀도 좋다.)

4. 믹서기에 분량의 배, 무, 마늘, 생강즙, 액젓을 넣어 갈아준다.

5. 4에 2와 3을 넣어 섞고 고춧가루, 매실액을 넣어 단맛을 조절하고 모자란 간은 꽃소금으로 한다.

감칠맛은 다시마국물 또는 미원 등 취향대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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