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자산 탕진

by 슈르빠

우리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일희일비한다. 숫자가 줄어들면 불안해하고, 예상치 못한 지출에는 가슴을 졸인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몸속 깊은 곳, 췌장이라는 생체 은행에서 매일 일어나는 생리적 인출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기 일쑤다.


최근 먹방이라는 이름으로 폭식을 일삼는 유튜버들을 본다. 짜장면 열 그릇을 비워내고 산더미 같은 고기를 삼키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그들이 삼키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다시 채울 수 없는 남은 생명 자산일지도 모른다.


베타세포는 췌장 내에서 인슐린을 제조하는 공장이다. 베타세포는 영유아기인 만 5세 무렵까지 집중적으로 분열하며 평생 사용할 총량이 결정된다. 성인기에는 이 세포의 자가 증식 능력이 극히 제한되므로, 이때까지 형성된 총량을 죽을 때까지 안배하여 써야 한다. 간처럼 재생되지도, 근육처럼 단련해서 불릴 수도 없는 한정된 예금인 셈이다.


조금씩 나누어 써야 할 이 귀한 자산을 단기간에 탕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극은 이 탕진이 고인슐린혈증이라는 기만적인 가면을 쓰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고인슐린혈증 상태에서는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더라도, 수면 아래에서 베타세포들은 과도한 인슐린 분비 부하로 인해 사멸해 간다.


이는 비단 유튜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인의 식탁은 췌장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당분의 유혹으로 가득하다. 달콤한 음료 한 잔과 정제된 밀가루 한 입은 췌장 공장에 비상 사이렌을 울린다. 비타민을 챙겨 먹고 공원을 걷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껴 써야 할 내면의 자산을 낭비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인생의 후반전은 남은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계는 부품을 갈면 그만이지만, 생명의 부품은 한 번 마모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오늘도 췌장은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다. 이 충성스러운 일꾼이 기능을 다 할 때까지 잘 보살피는 것은 자신을 위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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