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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킬러

by 슈르빠

레옹은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다. 저격당할 상대에게 자신의 눈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킬러의 본능 때문이다.


그렇기에 진정한 킬러는 세모난 고양이눈 안경이나 피에로의 네모난 안경은 쓰지 않는다. 상대가 총알을 맞기 전에 웃겨 죽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정 없는 한국의 아줌마 킬러는 도형을 가리지 않았다.


사격용 안경의 가로 걸대에 동그란 안경알과 네모난 안경알을 한 개씩 걸고 나와 팬들의 마음을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수박밭 원두막 들창문처럼 밀어 올린 안경알 넘어 '맞으면 맞고 말면 말고' 하는 시크한 눈빛을 드러냈다.


킬러는 웃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동그랗고 네모난 안경과 시크함에 이어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상대를 세 번 죽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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