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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난하지만, 오래전 가난한 유학생활을 할 때였다. 저녁 끼니 때면 항상 라면 한 봉지와 김 한 장, 젓가락 한 짝을 들고 기숙사 주방에 나타나던 나는 동료들에게 매우 신비로운 존재였다.
식사 때마다 검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펼쳐놓고 경건한 자세로 모퉁이에서부터 한 조각씩 떼어먹는 동양인을 신비로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기숙사 동료들은 그런 나를 광야의 동굴 교회에 은둔하는 금욕주의 수도사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아껴 먹으려 한 끼에 한 장의 원칙을 고수하였으며, 면적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에 그을리는 행위는 더욱 피했다.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면과 김은 동이 났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동굴의 수도사에서 일반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그때의 기숙사 동료 중 한 명은 내게 의외의 말을 들려주었다. 그때의 나는 그 정체 모를 검은 물질에 중독되어 하루에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섭취해야만 하는 슬픈 영혼으로 보였다고 한다. 나의 불행해 보이던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중독되고 말았다니. 그 통에 가난한 자의 반찬으로 남아 있기엔 김 값이 너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