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과 비호감 사이
영화를 먼저 접했던지라 책을 읽는 내내 키이라 나이틀리가 떠올라서 좀 곤란했다.(그렇지만 책 속 인물과 키이라나이틀리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다 읽은 후 여운을 좀 더 즐기는 편이 좋았겠지만 나는 또다시 영화 오만과 편견을 봤다. 그리고 후회했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런대로 즐겁게 봤던 것 같은데 책을 본 후 다시 보니 영화에 담기지 않은 것들이 많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푸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더욱이 상대에게 선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내가 베푼 호의만큼 상대에게서도 호의가 돌아오기를 내심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의도가 없었다 해도 말이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팬심도 일면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열광적인 팬이 안티팬이 되는 것도 쉽지 않나 싶다. 책 속에서는 베넷부인(?)이 가장 잘 보여준다. 다아시에 대해 처음에는 근거에 비해 엄청난 호감을 가지고 다가갔지만 곧 그를 혐오하게 된다. 처음 그에게 호감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쉽게.
팬심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했을 거라 생각한다. 호감을 갖고 다가갔지만 상대방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닌 것에 실망 비슷한 걸 하고 열심히 그 사람의 단점을 찾아봤던 경험말이다. 찌질한 것 같지만 그렇다. 상대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이건 간에 나는 그 사람을 나의 '창'으로 본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사실을 볼 것 같았던 엘리자베스도 다아시에 대해 한참 뒤에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