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유어 달링 x 비트 세대의 작가들
영화에 큰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2014년 국내 개봉한 예술영화 <킬 유어 달링>의 제목을 들어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시절을 그대로 빼다 닮은 듯한 외모와 퇴폐적인 분위기로 순식간에 떠오르는 스타가 된 ‘데인 드한’과, 우리에겐 해리포터의 앳된 얼굴로 기억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1940년대 ‘비트족’이라 불렸던, 미국 문학 및 문화계에 큰 획을 그은 전설과도 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대중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영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우즈’ 등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풋풋한 대학 시절, 그들이 전설이 되기 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당시 실제로 일어났었던 ‘데이비드 캐머러 살인사건’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데인 드한이 맡은 주인공 ‘루시엔 카’는 그들 무리 사이에서 뮤즈와도 같은 존재로 남녀불문 빠져들게 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을 귀신같이 알아보지만 정작 자신은 대학 리포트도 스스로 작성하지 못한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루시엔에게 순식간에 매료되어 동지가 된 ‘앨런 긴즈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루시엔을 통해 창작열을 불태우고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게 되는 인물이다.
영화를 흥미롭게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 속에 등장한 작가들의 작품이 당연히 궁금해질 것이다. 그 미성숙하고 위태로워 보이던 청년들이, 어떻게 어엿한 작가로 성장했는지, 그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 말이다. 일단 잭 케루악은 그들 일부가 함께 했던 로드 여행을 담은 소설 ‘길 위에서’를 출간했고, 이는 영화 <온 더 로드>로도 만들어지며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킬 유어 달링> 속에서 윌리엄 버로우즈의 약물 중독자스러운 모습은 그의 자전적 소설 ‘정키’, ‘퀴어’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10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인물인 앨런 긴즈버그는 시대적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장편시 '울부짖음'으로 순식간에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한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그들의 뮤즈, 루시엔 카는 어떻게 되었을까. 누구보다도 개성 넘치고 특이한 인물이었던 그는 영화 속에서 일어난 사건 뒤, 그저 편집장으로서 평범하고 조용하게 여생을 마무리한다. 앨런 긴즈버그가 그의 이름으로 작품을 바치려 했으나 이마저 단호히 거절할 정도였으니, 그 사건이 그에게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참,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제목은 ‘사랑하는 이를 죽여라’라는 무시무시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겠지만 글을 쓸 때 ‘사적인 감정은 죽여라’라는 문학적 충고이기도 하다. 과연 영화 속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을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