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단순히 '기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두근거림의 순간들이 있다.
그날은 한 단원이 끝나서, 중단원 정리 문제를 푸는 날이었다. 그중에는 일차연립방정식(ex. a+b=2, 3a+2b=5)을 풀 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었다. 이 풀이는 중등 수학 범위라서, 고등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이라면 원래 알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학생도 그런 학생 중 하나였고, 그래서 지난주에 풀이법을 가르쳐줬었다.
a+b=2
3a+2b=5
"이렇게 문자 2개에 식 2개가 있잖아? 먼저, 문자가 n개에 식이 n개 있으면 일반적으로 각각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지금은 문자 2개에 식도 2개잖아? 그러면 이 연립방정식은 풀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때는 식을 정리해서 문자 1개에 관한 식을 만들면 돼. 그리고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3a+3b=6
3a+2b=5
"이런 식으로, 한 식에 어떤 수를 곱해서 한 문자의 계수를 똑같이 맞춰 주는 거야. 이 경우에는 첫 번째 식의 양변에 3을 곱하면 a의 계수가 같아지지? 그럼 두 식을 빼면 한 문자에 관한 식이 나오겠지?"
3b-2b=6-5=1
"이렇게, b=1이라는 식을 얻을 수 있어. 원래 식에 대입하면 a도 1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지금은 a의 계수를 똑같이 맞춰서 구했지만, b의 계수를 맞춰줘도 상관없어. 어쨌든 한 문자에 대한 식으로 나타내면 된다고. ok?"
'그때는 분명히 이해한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이 주나 지났는데 아직 기억할까?'
수업에서 언제나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한 번 배운 개념의 문제를 다시 풀 때. 당연히 까먹을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확률이 꽤 높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이번에는 기억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3a+b=7
a-b=1
어깨너머로 푸는 것을 지켜본다. 역시, 바로 풀지는 못하는구나. 이렇게 학생이 고민할 때는 도와주고 싶더라도,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 절대 힌트를 줘서는 안 된다. 그래서 훔쳐보는 건 즐거우면서도 정말 괴롭다.
3a+b=7
3a-3b=3
4b=4, b=1
a=2
너무 감동적이었다. 물론 학생이 배운 대로 잘 풀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였으면 이렇게 풀지 않았을 것 같아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당장 알려주고 싶어져서 너무 설렜다.
"연지야, 너무 잘했고 백 점짜리 풀인데, 다른 풀이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러니까 한 번만 봐줘. 지금 a의 계수를 맞춰서 두 식을 뺐잖아? 그런데 b의 계수를 맞춰도 된다는 건 저번 시간에 얘기했었지? 한 번 해 보면..."
3a+b=7
-a+b=-1
"이렇게 되니까, 두 식을 빼면 4a=8, a=2라는 걸 알 수 있지? 그런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 있나? 원래 식을 한 번 다시 봐봐"
3a+b=7
a-b=1
"그냥 이 상태에서, 두 식을 더하면 되잖아 그지? 그래서 나였으면, 두 식을 보자마자 '둘이 더하면 b가 사라지네~'라고 생각해서 a=2라는 걸 바로 구했을 것 같아. 그렇다고 네가 나처럼 했으면 좋았겠다는 얘기는 아니야. 나처럼 계산했으면 조금 더 빨랐겠지만, 바로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항상 적용할 수 있는 풀이법이 아니잖아? 다시 말하지만 니가 한 풀이가 아주 정확하고 100점짜린데, 음, 뭐랄까... 우리가 이 문제를 풀 때 계수를 맞춰서 빼는 이유가, 곱셈이랑 뺄셈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 우리의 목적은 '문자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고, 곱셈과 뺄셈은 그걸 하기 위한 연산 과정일 뿐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꼭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거지. 우리 목적은 연산 연습이 아니라 문자를 하나로 만드는 거니까, 어떤 방식이든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살짝 감동받은 것 같은 학생의 표정. 그거 연기 아니고 진짜 감동받은 거 맞지? 난 그렇게 믿을게.
내가 하나를 가르쳤을 때 학생이 하나를 잘하는 것 같으면, 둘도 가르쳐주고 싶은 갑작스런 충동. 이 순간이 내 심장을 미칠 듯이 뛰게 한다. 그 찰나의 시간들을 수집하는 재미가, 내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