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달인이 된 할머니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서 그렇듯 저희 외할머니도 기계를 잘 못 다루십니다. 한창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나서도 할머니는 폴더폰을 쓰시는 것처럼 전화기 뚜껑을 열려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지요. 터치는 저에게도 생소했으니까요!
"이거 왜 안 열려? 이거 좀 열어다오." 하시며 손바닥만한 전화와 씨름하시던 귀여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는데요. 자주 외갓집에 들러서 할머니께서 쓸만한 기능을 소개해드리곤 했습니다. 저번 달에는 외갓집에 들러서 카카오톡 영상통화 기능을 가르쳐드렸지요. '친구'를 누르고, '페이스톡'을 누르시면 된다고 말씀을 다섯 번쯤 드렸을까요? 드디어 혼자서 성공하시고는 핸드폰을 귀로 가져다대고 얼굴이 안 보이신다고 말하시던 모습에 또 웃음이 빵 터져버렸습니다.
"할머니, 거기 핸드폰 위에 카메라가 조그맣게 있어요"
"으잉, 이게 카메라야? 얼굴이 보이긴 하네."
"맞아요. 저 보이세요?"
"응. 잘생긴 얼굴 잘 보인다~"
할머니와 저는 손을 뻗으면 어깨가 닿일 거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휴대폰으로 마주봤습니다. 아마 가장 가까이서 하는 영상통화가 아니었을려나요.
그날 이후, 할머니는 페이스톡의 달인이 되셨습니다. 이제는 이틀에 한 번꼴로 화면 가득 할머니의 웃음 섞인 얼굴이 휴대폰 가득 찾아옵니다. 딱히 대단한 용건은 없습니다. "밥 먹었냐", "잠은 잘 잤냐"는 평범한 물음이지만, 혼자 사는 저에게는 할머니의 얼굴이 거대한 위안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혜택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목소리와 얼굴만큼은 멀어지지 않게 꽉 붙잡아주는 것. 화면에 가득찬 할머니의 얼굴을 캡처해 놓고는 두고 두고 꺼내 보는 것이죠.
설 연휴가 지나갔습니다.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들에게 영상통화 한 통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