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 스티커 같은 그들

by 재홍

아침을 맞아 보수동쿨러의 '목화'를 틉니다. 밴드는 작년 1월에 해체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오방가르드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찾아보고 그리워합니다. 유예된 오래된 그리움.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그들을 그리워하는 것에 저는 어쩐지 아쉬움과 멋쩍음을 느낍니다. 왜 항상 늦게 좋아하는 것에 물들어 늦게 빠지게 되는가.. 없어진 밴드를 좋아하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짝사랑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랑의 과정에 도달하지 못해서 더 애틋한 짝사랑처럼, 육성은 듣지 못한 그들의 라이브를 도리어 그리워합니다.


더 이상 무대에서 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그게 또 '인디밴드'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의 한계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취미로만 남겨 놓는 것. 그만두는 것조차 낭만적인 일이 아닐까요?


언젠가 친구가 내게 왜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왔습니다. '그냥 노래를 들으면 벅차올라서...'라고만 답했었죠. 더 근사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들은 야광 스티커 같았습니다. 공연에서 제가 본 그들은 어디에서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펜타포트 같은 큰 무대건, 홍대 라이브 카페던 말이죠. 눈동자를 크게 뜨고 눈앞의 광경을 전부 아로 담듯이 앞을 쳐다봤습니다. 흥분해서 무대 위에서 뛰어오르고, 갑자기 벅차올라서 울고, 그러다 박자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틀리기도 하지요. 저 같은 관객들은 어쩌면 그 모습에 더 환호하는지도 모릅니다. 전형적인 연주에 반대되는 것, 즉흥과 실수와 임기응변에 흥분합니다. 그리고 나도 그래도 된다는 듯이 손을 튕기고 성대를 울립니다. 그들은 어두울수록 찾기 쉬운 야광 스티커 같았습니다. 밖이 검어져야 빛나는 야광 스티커. 해체해서 반짝이는 그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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