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제주
"사시는 동네가 어디라고요?"
"하귀예요."
제주에 여러 번 여행을 왔었지만, ‘하귀’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마을이었다. 서울에서 1년 먼저 제주에 정착한 지인과 통화를 하며 하귀를 알게 되었다. 하귀는 애월읍에 속하는 작은 마을이다. 단지가 큰 아파트가 생기면서 시내처럼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은 1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의 첫 제주생활은 하귀에서 시작됐다.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빨라진다는데 그래서일까? 하귀에서의 최근 2년 7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지나갔다. 바다수영을 배웠고,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아이처럼 웃었다.
아이들은 학년당 반이 2개밖에 없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 다녔다. 운이 좋게도 열정적인 체육 선생님이 그 해에 부임하셨다. 아이들은 서울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많은 스포츠를 경험했다. 티볼, 야구, 축구, 컬링, 플로어볼, 배구, 농구...
3년 동안 줄넘기대회, 키즈런대회, 배구대회 등 다른 초등학교들과 연합한 대회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순수하고 맑은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눴다.
동네 축제에 참가했을 때는 첫째는 학교 동아리로 나가 춤을 추고, 둘째는 학교에서 배웠다며 하귀 지역 역사에 대한 퀴즈를 맞혀 상품을 받았다. 동네 부녀회에서 준비한 먹거리 장터에서 생선회와 막걸리를 시키고 마을 사람들 틈에 앉아 어울렸다.
이사가 결정되고 둘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준아, 전학 가니까 마음이 어때?"
"나는 괜찮아. 서울에서도 여기에 온 거잖아.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는 건 별로 걱정 안 돼. 근데, 친구들하고 또 헤어지려면 슬플 것 같아."
"그렇지,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보고 싶을 땐 만나러 오자.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도 또 생길 거야."
금방 또 적응하고 잘 지낼 거라는 걸 알지만 떠나는 마음은 항상 슬프다. 아이와 내 마음이 똑같다.
집에서 보이던 아름다운 일몰, 한치배의 불빛, 마라톤을 준비하며 함께 달려주었던 애월 바다까지 모두 그리울 것 같다.
안녕, 하귀.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