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워킹맘으로 나름 치열한 30대를 보내는 나에게 저 시의 첫 구절이
가슴에 콱 박혔을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에게는 애초에 끝낼 잔치도, 즐길 축제도 없었음을.
축제는 끝나고 잔치상을 정리하며 그러나 그것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묻는 시인의 질문은 이제는 숙제만 남아있는 앞으로의 인생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란 말처럼 느껴졌다.
혹자는 말한다. 인생은 왔다가는 축제의 한 판이라고. 하지만 시인의 말하는 의미를 나는 알 수 있었다. 잔치상이 치워진 뒤의 적막만이 진실이며, 무표정 속에 가려진 삶의 버거움은 오직 본인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나는 첫 회사에서 완벽히 패배하였다.
나에게 첫 회사는 완벽한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연인 관계에서처럼 나는 차여버렸다.
그 과정을 곱씹으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후 다시 10년이란 시간을 치열하게 숙제를 해내며 보냈다.
문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바닥이 드러난 에너지로 계속 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로크가 말한 '하얀 판(Tabula Rasa)' 위에 내가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은 사랑이나 환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모된 에너지와 바닥을 드러낸 의지의 기록이었다. 엄마와 아내라는 사회적 규정 아래 '나'라는 본연의 모습은 희미해졌고, 이제 남은 것은 말라비틀어져 곧 바스러질 것 같은 40대 여자의 건조한 껍데기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잔치나 축제를 즐겨본 적도 없다.
지금의 나는 애초 사랑이란 것을 해본 적도 없었을듯한 아무 감정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나의 본연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무표정속에 가려진 삶의 버거움은 온전히 나의 몫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주의 먼지처럼 떠돌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길 바라며 남들이 봐주길 원하며
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