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주화 가족의 '유럽 자동차여행'(13)

좁을수록 가까워진다

by 엘리
세느강변에 위치한 파리숙소. 딸아이가 만든 노랑 에펠탑. 목탄으로 그린 세느강을 창문에 놓아두었다.

파리에서 머문 호텔은 센 강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창문 너머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숙소도 센 강도, 참 마음에 들었다. 오늘 보는 세느와 어제 본 세느가 달랐는데, 닷새동안 매일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센 강은 반짝반짝 빛났다. 저녁의 센 강은 슬픈 눈매를 지녔고, 복통과 오한으로 아플 때는 잔잔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떠나는 날 새벽, 센 강은 마치 “나를 기억해 줘”라고 말하는 듯 해, 스케치북에 목탄으로 옮겼다.


“그래 오래오래 기억하고 있을게”


담아놓지 않으면 바람처럼 흩어진다. 좋은 건 눈에 담으라고 하지만, 우리의 눈은 너무 많은 걸 보다 보니, 한계가 있고 지워진다. 좋은 건 마음으로 찍어도 된다. 그러나 오래 간직하고 싶은 싶은 건 글과 사진,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

좁은 아브량슈의 숙소. 침대와 그 옆 세면대가 전부

파리를 떠나 몽생미셸 인근 아브랑슈로 향했다. 그곳 숙소는 남편이 예약하기를 주저하던 곳이었다. 파리숙소에 비해 방값은 1/4 수준. 그러나 다양한 체험을 강조하며 내가 예약을 강요(?)했다.

아브랑슈 숙소의 방문을 열고 본 첫 느낌은 마치 딸아이가 만들어놓은 미니블록 같았다. 남편이 예약완료 클릭을 주저한 심정이 이해됐다.


더블 침대 위에 이층 침대. 그리고 세면대 하나. 그 외에 발 디딜 공간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었다. 냉장고가 없어 김치와 밑반찬, 우유는 비닐봉지에 넣어 창문밖에 매달아 둬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의외로 그곳이 좋았다. 방이 좁아 우리의 몸은 움직일 때마다 스쳤다. 서로 닿으면 만지게 되었고, 점점 붙어있게 됐다.


“아,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은 그리 크고 넓지 않아도 되는구나”


밥을 차려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우리는 한 덩어리처럼 뭉쳐 있었다. 파리 숙소에서는 서로의 어깨가 부딪힐 일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서로의 몸이 닿으면 자연스럽게 포옹하게 됐다. 우리는 화장실에도 같이 가주었다. 샤워할 때도 함께 가며 서로를 지켜주었다.


딸아이에게 “좁아서 불편하지 않니?”라고 물어보니 “좁은 공간이 포근해요. 왠지 느낌이 엄마 뱃속처럼요”라고 말한다.


아브랑슈에서는 나흘을 묵었다. 좁은 공간,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 그럼에도 불편하지 않았던 건 사랑하는 마음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여러 형태의 숙소에 머물게 되지만, 이때처럼 우리 가족이 허그(Hug)를 많이 한 적이 없었다.

보기에 근사해 보였던 퐁타방의 모빌하우스. 그러나 사진으로 실내의 냄새까지 표현할수는 없다

아브랑슈를 떠나 우리는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 퐁타방(Pont-Aven)에서는 모빌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캠핑 온 것처럼 좋았다. 아브량슈와 달리 모든 게 구비되어 있었다. “이제 편하겠구나”하는 생각과 왠지 모를 ‘허전함’이 공존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느꼈는데, 곰팡이 냄새가 났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히터를 틀어 집을 데웠다. 그러고 나서 남편과 함께 이불을 털었는데, 폭탄 터지듯 먼지가 나왔다. 그때 눈에 뭔가 들어간 거 같았고 곧 간지러웠다.


다음날 아침, 결국 사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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