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나의 것
" OO 매니저야, 허허허"
팀장님이 부르신다. 웃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즐거워서 웃는 웃음소리가 절대로 아니다.
발걸음이 무겁다. 난 또 무엇을 틀렸을까? 무엇을 틀렸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아침에 발송한 시황 지표에 오류가 있는 것일까? 세번이나 읽고 또 읽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숫자확인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는데 오타가 있다고?? 실수가 있다고??
다행이다. 매일 보내는 시황 지표에 오류가 있지는 않았다. 휴~ 사장님 수신으로 메일을 보내는데 틀리면 안되지. 이것을 틀린 것이 아니라면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이거 경제성이 너무 높게 나왔잖아. 차이 값으로 넣었어야 했는데 절대 값으로 넣었네. OO 매니저야 이런 실수 하면 안돼." 다그치는 말투는 아닌데 묘하게 주눅들게 만드는 말투다.
내가 이걸 틀렸다고? 내가 생각해도 한심했다. 한 번만 더 보고 메일을 보냈다면 안틀렸을 텐데 너무 안일하게 업무처리를 했다는 자책 1초
이어서 원래 내 일도 아닌 남의 팀 일을 나에게 시켜놓고, 틀렸다고 뭐라고 하니 짜증이 났다.
'그러게 이걸 왜 나한테 시켜. 옆 팀 담당자가 멀쩡히 있는데 나한테 시킨 것 부터가 잘못이지!'
'아니 이걸 취합하는 사람이 보고 이상이 있으면 작성자인 나한테 먼저 연락했어야지, 이걸 왜 팀장한테 바로 연락해?'
'틀린 값이 외부로 나가기 전에 발견돼서 다행이다.'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팀장님의 잔소리에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답을 했지만, 어제 실수에 이어 오늘도 또 실수한 내 자신이 밉다. 왜 이렇게 덤벙거리는 걸까?
어제도 연간 손익 계산을 위한 지표를 정성 껏 계산해 놓고는 엉뚱한 파일을 첨부해서 메일을 보내는 실수를 했다. 이것 역시 팀장님이 발견해서 오늘 들은 웃음소리 보다 더 허탈한 웃음를 들었는데 말이다. 하필 평가 시즌을 코 앞에 두고 잘보여도 부족한 마당에 조심해야지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휴일이니 삼일연속 실수할 일은 없겠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