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3)_놀라움의 힘
근 몇 년 간 읽었던 책들 중 사실 가장 지루한 책이었다. 다 아는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반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로워진다. 물론 여전히 8-10페이지 정도의
요약본을 읽는다면 만족도는 몇 배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대략적으로 무슨 내용에 대한 책인지 혹은 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이전에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유익했던 한 대목을 소개하면서 책에 대한 흥미를 돋워 보려 한다. 이유는 필자가 이 대목부터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어느 작은 마을에 홍수가 나 사람들이 대피했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위험할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조지프 목사는 약자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막차가 떠나기 전에 운전기사가 말했다.
"목사님 타세요. 제가 자리를 만들어드릴게요."
그는 "제 걱정은 하지 말고, 다른 가엾은 영혼을 구하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지켜주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카누를 타고 떠나려던 한 남자가 조지프 목사를 발견하고 말했다.
"얼른 타세요. 고양이랑 개 옆에 자리가 있습니다."
조지프 목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다른 가엾은 영혼을 구하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물이 계속 차올라 이제 지붕밖에 보이지 않았다.
첨탑에 매달려 손을 흔드는 조지프 목사의 머리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왔다.
조종사가 외쳤다. "줄사다리를 내려드릴 테니 타고 올라오세요."
조지프 목사가 말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다른 가엾은 영혼을 구하십시오.
하나님이 저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조지프 목사는 결국 죽고 말았다.
조지프 목사는 천국 문에 들어서면서 하나님께 물었다.
"저는 삼십 평생 헌신적으로 당신의 양 떼를 보살폈습니다.
그들이 위급할 대 항상 제 자신보다 그들을 먼저 돌봤습니다.
제가 필요할 때 당신이 저를 돌봐줄 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왜 절 구해주지 않았습니까?"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내가 차와 카누, 마지막으로 헬리콥터를 보내지 않았느냐.
뭘 더 어떻게 했어야 하느냐?"
목사님의 일화가 주는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징후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게 징후를 무시한 채 묵묵히 목사님처럼 감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고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를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또한 설득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중요하게 설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우리는 번번이 실패한다. 누군가를 설득해 우리가 의도한 대로 그가 행하도록 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또한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아주 가까운 이들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렇다. 그때 필요한 것이 설득이 통할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이다. 이 타이밍은 여러 가지 징후를 동반하므로 우리는 늘 징후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징후를 알아차려 우리가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수신자의 수용도가 한껏 올라가는 놀라움의 순간을 포착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의도한 메시지에 수신자가 반드시 설득당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당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메시지가 아무리 훌륭한 뜻을 담고 있은들 기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설득은 단순히 아는 것과 다르다. 설득이 바탕이 되어야만 수신된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지속적이고 변화에 저항적이며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놀라움, 즉 예상치 못한 발언은
본능적으로 발언의 설득력을 높이는
수신자의 정교화 과정을 촉발한다.
그럼 여기서 정교화가능성 모델에 대해서 간략히 짚고 넘어가 보자. 왜 설득이 중요한지, 놀라움이 그 안에서 어떤 매개효과를 가지는지 알아야 내용이 훨씬 더 와닿을 것이다.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 ELM)**은 사람이 설득 메시지를 처리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모델은 정보 처리 경로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중심 경로(Central Route)다.
메시지의 논리적 내용과 증거를 깊이 있게 검토하며 판단하는 경로로,
수용자는 메시지에 높은 관여도를 보이며, 정보를 신중히 평가한다.
설득의 효과는 메시지의 질과 강력한 논거에 달려 있고, 태도 변화는 오래 지속되고,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다.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피상적인 단서(예: 화자의 매력, 명성, 메시지의 길이)에 의존하는 경로로,
수용자는 메시지에 낮은 관여도를 보이며, 정보를 표면적으로 처리. 설득의 효과는 단기적이며,
태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
핵심 요인은 관여도(개인의 관심과 중요성)와 인지적 능력이다.
메시지가 자신과 관련이 있을수록 중심 경로를 통해 처리하고
메시지를 이해하고 평가할 능력이 높을수록 중심 경로를 통해 설득된다.
책에서는 놀라움이라는 요소를 추가해야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순간을 만들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정체성은 우리의 관여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동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 정체성을 형성하는 모든 순간이 인지 정교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건이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인식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교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설득력 있는 발언의 효과를 놀라움으로 극대화해 인지 과정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늘 말하지만 인간은 정신적 수고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인지 구도쇠'다.
따라서 메시지는 짧고 정확하며 관련성이 있어야 가장 설득력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발언을 할 때는 한 문장으로 하나의 원인을 하나의 결과에 연결하고 수신자가 가진 자원을 선언한다. 이때 동기와 능력이 가장 영향력 있는 요인이다.
동기는 이 정보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열성적인 사냥꾼에게 채식주의와 건강한 삶을 연결하는 발언은 동기부여의 가능성이 적다. 반대로 신예 작가에게 세부사항에 주목하는 것과 가독성 증가를 연결하는 발언은 수신자와 관련성이 높다. 누구나 자신의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말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능력은 '인지자원의 가용성'과 '흔들림 없이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움은 바로 이 능력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다. 강렬한 놀라움이 발생할 때 뇌는 인지 자원을 동원하여 놀라움을 일으킨 원인에만 집중해 의미를 파악해 새로운 믿음을 구축한다.
이쯤에서 이 책이 다루는 주제를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을 돕고자
우리가 하는 많은 충고와 조언, 대부분은 잔소리로 치부되는 발언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본래 가진 의도대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론에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놀라움을 일으키는 것이 핵심이기에 상대적으로 적용하는 대상자가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효과가 높을 것이다. 자녀교육에 적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해 보이는 이유이다.
CERS는 개인의 행동과 그 결과, 그에 대한 자원을 연결시켜 그의 미래를 단언하는 것을 말한다. 수신자가 이 발언을 듣고 이해하려는 인지적 행위는 그 의미를 암묵적으로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발신자인 상사의 목표는 칭찬이 아닌 선언적 발언을 하는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
선언은 진정성 있게 들린다. 또 감정이 실리지 않은 객관적인 시살처럼 들린다. 예를 들어 "실패를 거리끼지 않는 패기 덕분에 복잡한 개념도 빨리 이해하시네요"라고 말하면 이 말을 들은 수신자인 부하직원은 복잡한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긍정적인 감정가로서 빠르게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을 것이다.
이런 발언이 종종 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개개인의 강점과 자원을 발굴하며 역경에 맞설 수 있는 개인적 역량을 구축하고 성공과 행복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이 성장하고 잠재력을 광범위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CERS를 구성하는 것은 간단하다.
행동을 관찰해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수신자의 강점을 찾아서
이를 부각할 수 있는 결과에 연결한다.
무엇을 원인과 결과로 명명할지는 약간의 예술성이 필요하긴 하다.
1. 수집한 정보에 내재된 기술, 능력, 잠재력을 식별한다.
예를 들어 생각에 잠긴 채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은 "세부사항에 집중한다"라고 볼 수 있다.
2. 긍정적인 결과를 결정한다.
1번에서 언급한 행동을 '상상력이 풍부하다'라는 결과와 연결할 수 있다.
3. 강력한 동사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한다.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능력이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군요.
CERS의 핵심은 수신자가 이미 성공적으로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눈앞으로 다가온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인 자원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놀라움이 수반되는 경우 지울 수 없는 표식과 같은 자기 긍정적인 믿음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CERS 구성할 때는 긍정적인 문장 구조로 표현해야 한다.
무엇을 믿고, 그 안에서 어떻게 자리 잡으며 어떤 능력을 갖췄느냐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한다.
인간은 상대의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추정한다. 그러니 이를 이용해 상대의 강점을 발견해 키워나갈 기회로 삼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백한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놓친 특성에 주목하면 예리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들은 후 그 가능성을 검토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빗나간 증거보다는 적중한 증거를, 반증하기보다는 확증하려 한다.
*긍정적 검증전략 : 부정하기보다 검증하길 선호하는 본능
*피그말리온 효과 : 기대치가 놓아지면 결과가 향상되는 현상
*확증편향 :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시례) 세부사항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훌륭한 글이 나오는구나
행동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행동은 실제로 드러난다.
드러나면 알아차리고 강화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서 특정 행동을 발견하고 그 행동에 성장의 기표를 붙이면,
그 사람은 그 목표를 향하게 된다.
놀라움을 일으키지 않고 단순히 칭찬하기,
강화하고 싶은 행동을 상대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
발언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거나 설득하려고 시도하기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예를 들어 평소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과 대화하는데, 중간에 상대방이 말을 멈췄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말한다. "연상 능력이 좋아서 흥미로운 답변이 나오나 봐요. 어떻게 하는 거예요?" 또는 "언제 또 그 능력을 발휘하세요?" 이 질문에 상대방이 대답하지 못하면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당신이 잘하는 일인걸요." 또는 "어떻게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냥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거 같아요." 이처럼 확신을 가지고 단언하는 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당신은 수수께끼를 남겼고, 이제 상대방은 본능적인 긍정적 시험 전략에 따라 결국에는 이 발언을 사실로 확증하게 될 것이다.
불안과 흥분을 모두 감정이 고조된 상태로 보지만 불안은 부정적이고 흥분은 긍정적이다. 한 실험에서 노래 경연, 공개수학 시험, 토론과 같은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 참가자들을 노출시키고 그들에게 각각 "나는 불안하다" 또는 "나는 흥분된다"라고 말하게 했다. 감정가를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꾼 집단이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통해 감정가를 부정적(회피)에서 긍정적(접근)으로 바꾸는 것이 고조된 감정 수준을 낮추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을 발견했다.
리샤 펠드먼 배럿은 자신의 저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감정은 느낄 수는 있지만, 이름을 붙이고 설명하기 전까지는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감정은 특정한 상황에서 신체가 느끼는 감각을 뇌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된 믿음이 생기는 것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잘못된 믿음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수용해 파괴적인 사고방식이 발전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개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감정이 고조되어 수신자의 수용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기 때문이다. 동일한 주제에 관해 180도 다른 관점에서 놀라움을 안겨줄 수 있다면 가장 효과적이다. 아직 믿음 수정이 가능한 순간을 능숙하게 포착해야 한다.
만약 부정적인 영향력을 즉시 바로잡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개입해야 한다. 최근 수면 연구에 따르면 뇌는 수면 중에 경험을 재생하여 장기 기억을 생성한다고 한다.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수면 중에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수신한 자가 이를 외부 귀 인하도록 유도하면 영향력이 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수학을 못한다"라고 내적 귀인을 하는 대신 "선생님이 기분이 안 좋았나 보네"라고 외부귀인을 하게 하는 것이다. 그 후 신속하게 긍정적인 관점을 주입하는 것이다. 자녀의 또래 사이에 오가는 발언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발언은 목격하는 즉시 무효화하고 생산적인 발언으로 대체하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깊이 뿌리내린 역기능적 믿음 패턴을 수정하거나 관리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효과적일 수 있다. 이때 놀라움을 활용하라.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에는 수용성이 치솟으면서 순간적으로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나는 이 책으로 모르던 것을 새로 알게 된 것은 없다. 경험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행하던 일들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무시할 수 없는 과정이다. 아무런 근거 없이 행하던 그때와는 달리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그리고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놀라움을 일으키고 긍정적인 사고를 불어넣어 내가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이가 당면한 목표에 이를 활용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막대한 지루함이라는 비용과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