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국일주를 정리하다 든 생각
평범함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매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쳇바퀴 같다고도 느껴지는 일상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이 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에 걸린 달, 친구에게 걸려 온 전화 “뭐 해? 오늘 술 한 잔?”, 오늘따라 타이밍이 잘 맞는 신호 같은 ‘특별함’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매일 사용하는 평범한 표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특별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평범하기에 특별함이 존재한다. 평범하기에 더 많은 것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축복을 얻었다. 더욱 평범해지리라, 평범한 무리에 섞여 더욱 평범해지리라. 평범함 속에 가려진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언제나 평범하게 살 것이다.
내가 평범하게 태어나서 좋다. 나는 평범해서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평범해서 부족함을 알고 변화를 꾀한다. 평범하기에 안 될 경쟁에서 빠르게 포기한다. 평범하기에 아등바등 살아보겠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드디어 삶을 찾았다. 걷기는 평범한 나와 닮았다.
걷기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행위다. 나도 특별히 눈에 띄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걷기는 다양한 일을 한다. 이동을 도와주고, 생각 정리를 도와주고, 건강하게 도와준다. 나도 글 쓰고, 영상편집 하고, 사유하고, 먹고, 싸고, 잠잔다. 걷기는 어디론가 나아가려는 성질을 지니는데, 나도 삶의 종착점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평범한 걷기도 특별함을 보일 때가 있다.
걷기만큼 지속적인 행위가 없다. 한 번도 멈추지 않는다. 우린 매일 걷는다. 걷는 행위가 멈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태, 죽음과 가까운 상태일 때밖에 없다. 나도 그렇다. 살아가려고 나아간다. 매일매일 살아간다. 그저 살아가고자 움직인다. 그 살아감에는 어떠한 목적도, 목표도 없다. 종착점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뿐이다.
눈이 온전하다면 세상을 담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귀가 온전하다면 세상을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코가 온전하다면 세상을 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감정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평범해서 명예니, 부니, 인기 같은 것을 모른다. 함께 웃고 울어주는 가족이, 친구가, 사람이 있으면 그만이다. 올려다볼 하늘이, 두 다리를 지탱할 대지가, 우러러볼 바다가 있으면 그만이다. 그냥 내가 누리는 평범한 것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평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