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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전주->익산 25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아침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얼큰한 국물로 해장했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함께 온 사람을 쳐다보았다. 새벽 3시까지 함께 있던 형이다. 어제로 돌아가 보자. 혼자 밥을 먹으려다 혹시나 싶어, '바이트레인' 여행 카페에 글을 남겼다. 역시나 답장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전주를 검색했다. 나처럼 저녁 식사 글을 올린 사람이 있어 쪽지를 보냈다. 저녁시간이 다가왔고, 쪽지함을 확인해 보니 답장이 왔다. 그렇게 35살 형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은근히 닮은 점이 있었다. 여동생이 있고, 가족에게 표현이 서툴고, 아랫사람보다 윗사람이 편하다는 점이었다. 공통점을 발견하니, 어색한 분위기는 금세 풀어졌다. 형이 말 많은 편이어서 듣는 걸 좋아하는 입장에서 편했다. 시간이 갈수록 재밌었다. 술병이 늘어가고, 장소를 옮겼다. 어느덧 새벽 3시, 나는 토를 3번이나 했다고 한다. 당연히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연락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곧장 익산으로 향했다. 어제보다 쌀쌀했다.


익산시 밥집 찰짐.
스윙스/불도저


가사가 떠올랐다. 익산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굉장히 많은 모텔이 쭈욱 들어선 거리에 숙소가 있었다. 근처에 버스터미널이 있기 때문인 걸까. 어제 생각지도 못하게 과소비하여 편의점 음식을 먹기로 했다.


당신은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세바시 인생질문 2 :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주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면서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영향이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주변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 동경하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변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길 위에서 자유를 느꼈다. 한량 또는 방랑자가 되어 이리저리 떠돌고 싶다.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기준 위에 삶을 세우고 싶다. 결국 삶을 움직이는 건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꿈은 아주 달콤해서 자칫하면 무책임한 쾌락으로 이끌 수 있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나는 정말 이 삶을 원하는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았을 때 책임질 수 있는가? 이 답을 위해 길로 독립할 계획이다.


삶이란 노를 힘차게 젓다가, 더 이상 젓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당당히 죽음이란 거대한 파도에 내맡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찬란한 인생이었노라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기서 최선이란, '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다. 가족이 중요한 사람은 가족을 위해, 자유가 중요한 사람은 자유를 위해, 내가 중요한 사람은 나를 위해. 중간에 바뀌어도 괜찮다. 삶이란 한없이 흘러가는 바다 같아 어디로 갈지 모른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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