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뚝! 가방 옆 주머니 자크가 빠졌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빠진 자크를 껴보겠다고 30분 동안 낑낑댔다. 제 쓰임을 다한 것을 다시 살리겠다고? 이 악마 같은 놈. 자크의 헌신에 감사함을 전하고, 타원형의 무덤으로 보냈다. 낮은 건물과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고층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106일 동안 함께했던 전우를 떠나보낸 아픔의 무게?라고 말하면 손가락을 머리 옆으로 돌리겠지. 먹다 남은 치킨을 챙겨서 그렇다. 먹을 거 하나라도 아낄 줄 아는 나란 남자, 어떤데?
평택역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여기가 내가 살던 세상이었다. 수많은 시선을 이겨내지 못하고 남들처럼 살며 안도감을 느꼈던 현실이었다. 다시금 느낀 눈초리는 무척 따가웠다. 서둘러 걸었다. 평택지제, 서정리, 송탄역까지 걸었다. 그러나 벗어나도, 벗어나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대가리 꽃밭에 정원사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어휴, 뭔 꽃들이 무성하게 자랐대. 쓸모없는 꽃 좀 정리해야겠어”
일상의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세바시 인생질문 3 :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루하루 지나며 삶은 정형화되고 진부해졌다. 나는 진부함에서 벗어나고자 주말을 이용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할 땐 '당일치기 도보여행'이었다. 목적지를 정하고 걸어갔다가,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왔다. 이 작은 자유가 내 일탈이자 특별함이었다. 이것은 다음 주를 버티는 동력이었다. 그 동력이 너무 커진 나머지 퇴사를 재촉하긴 했지만, 내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진부하지 않기 위해 나는 백수가 됐다. 매일매일 선택에 의해 하루가 결정됐다. 내일은 걱정이 아니라, 기대로 가득 찬 날이 됐다. 세상이 복잡하기에 나는 단순해지기로 했다. 단순한 자에겐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세상의 기준으로 설득하려 한다면, 입만 아플 것이다. 그렇다고 나처럼 하라고도 못한다. 나도 처음이니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생각을 달리 해보면 어떨까. 깜깜한 하늘에 유일하게 변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달'이다. 보름달이 환하게 떴다면 '오늘, 열심히 했다고 달이 환하게 비춰주네. 덕분에 안전하게 집에 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환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늦는 지하철, '오늘은 집밥 말고 외식을 해볼까? 먹고 들어가라고 늦게 오나 보다’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럼 평소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이 선택으로 인해 어떤 상황들이 펼쳐질지 두근거리지 않을까. 변화란 거창한 것이라 생각되어 나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반응에도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매일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 바로 진부함에서 벗어나는 길이자 변화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