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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ungles  

잘잘못을 헤아리며 한닢 한닢 산수하다

by 셔블 Mar 13. 2025

이동하는 시간을 ‘딱딱’ 맞춰 날아다니던 때는 가고, 조금씩 엇갈리며 늘어지는 시간을 ‘짬짬이‘ 바느질하듯 기워 이렇게 쉰 글을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5분 후 도착하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호리라도 남김없이 갚지 않고서는 결단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 라던 성경구절이 생각 나 찾아보니, 마태복음 5장 26절의 일부다. 지하철 안내방송 하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기계음이 아닌데다 잉글리시 까지 부드럽게 어나운스하는 내츄럴한 청량감을 선사하길래, 영어구절까지 찾아 써 본다 : Verily I say unto thee, Thou shalt by no means come out thence, till thou have paid the last farthing.


스탠다드 아메리칸 버전의 성경은 호리처럼 작은 것을 farthing이란 영국의 옛 동전단위로 표현해 두었다. 당백전 당오전 처럼 시시때때로 가치가 오르내리는 신규 코인의 발행과 상장을 포함한 핀테크 시장은 언제나 흥미롭지만, 결국은 발행인의 절대권력이 가치와 안전성, 기타 부수적인 것들을 담보하기에 비발행인 유저로서 그저 맥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호리, 마지막 끝전 한닢까지 싸그리 다 털어 갚아야 천국을 간다는데, 공무원들의 업무정산 실력을 보면 몹시 이해가 간다. 돈 그릇에 불어난 1원 이자라도 계획과 증빙, 회계가 맞지 않으면 담당공무원은 승진도 못하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묻히는 지옥을 맛볼 수 있으니, 법카 1만원의 유용으로 삭탈관직하거나 특활비 같은 컨셉 키워드 하나로 수천억 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는 양극의 스펙트럼이란 과연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것 만큼이나 아찔한 것이다.


3월 13일이지만, 5장 15절 앞뒤로 마태복음을 더 읽어 본다. 분명히 쓰인대로 하나님의 아들만이 핸들링 가능할 것 같은 티끌하나 없이 완벽한 자격요건이 줄줄 이어져 숨 쉬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파이 소숫점이 딱 떨어지지 않거나 옥에 티가 있어야 불완전한 정체성을 확인하고 완벽히 안도하는 법이다.) 다행히 아메리칸 스탠다드 버전의 성경에서 farthing이라 지칭한 영국 동전은 1960년 12월 31로 수명을 다해 이후로는 통용되지 않게 되었다 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페니나 센트도 아닌 비트로 쪼개는 코인으로 구절을 바꾼다면… 하고 상상해보니, 코인의 종류와 호가를 생각하면 아날로그식 산수로 천국과 지옥을 가르며 서로를 다그치는 것이 외려 휴머니즘의 관성적 내츄럴함을 간직하는 길이 아닐까 미련한 쉰 소리를 혼자 중얼거린다. 혹시나 당상관들이나 쓸 수 있는 담비털을 부당 사용하여 질서를 어지럽히고 경국대전이 정성들여 세세히 정해놓은 지엄한 국법의 한 획이 떨어져 하극상을 하지 않을까, 현미경을 들고 터럭 한올까지 들여다 보았을 조선시대 관리들의 고충도 이 전쟁, 저 전쟁 겪으며 어느 새 흐지부지 너덜너덜 되었을 테다.


시대에 맞지 않은 법전이라도 일일이 대조하여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며 잘잘못을 따져 절차적 하자와 역행 없이 공리와 민심에 맞는 정책을 펼치려는 정치인들과 고위관리들, 분배도 하고 형평도 맞춘다는 각계각층 층층 겹겹의 유기적 공공 지도자들 '및' 사무인력들의 고심과 노고에 경의를 표하며, 그저 한닢 한닢 더하고 빼며 하루하루 처음부터 죄인된 홀홀 단신 아무개 민초의 입장에서 이리저리 클릭질로 정보를 찾아 헤매며 자진하여 고해하고 신고하여 행여나 지옥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콩알만 해진 간부터 쓸깨까지 모조리 비워두고 손가락 산수만 하염없이 두드리는 오늘이 그저 한없이 감사할 뿐이다. 커피 한잔이 얼마더라... 아침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택배기사님들은 서로를 아는 눈치다. 열림버튼을 눌러 기다려준다. H택배 트럭은 조카의 것, 그리고 헬멧과 보호구로 중무장한 라이더는 삼촌이시다. 트럭커의 아버지도 근처 어느 구역을 돌고 계시다 한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삼맨 중 두 사람은 막간을 이용해 각자의 비히클을 뽐내며 정신없이 땀흘리고 기동 중인 서로에게 격한 애정과 동지의식을 표출한다. 이 엘리베이터 안은 살아 숨쉬는 한국의 하이브리드형 역동성을 실증 체현 중인 현장이다.


조금 뜨끈한 아메리카노 - 저녁이지만, 영수증 없이도 마실 수 있는 홈블렌딩 블랙 그란데 사이즈를 만들어 향기로 목을 축일 것이다. 포트에 물을 올리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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