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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일신 Aug 25. 2022

공무원에게 민원이란

나같은 지방직 공무원에게 민원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대부분의 업무에서 민원이 없을 수가 없다. 외부민원이 있거나 외부민원이 없으면 내부민원이 있다. 

외부민원 vs 내부민원. 

둘 다 별로다. 참 반갑지 않다. 


내 공직인생에 두고 두고 기억날 민원인이 있다. 2015년 아니면 2016년이였던 것 같은데.... 점심시간 이전에 방문한 민원인이였다. 나는 그 당시 지역경제 관련 부서에서 근무를 했었다. 


그 민원인은 농산물을 농사지어 유통도 하는 민원인이였다. 다른 지역에서 본인이 농사짓는 작물의 브랜드로 유통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며 본인의 브랜드를 특허신청을 해야겠다고 방문한 민원인이였다. 사실 공무원의 업무가 정말 범위가 넓고 다양하지만 특허분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루지 않는다.(내가 속한 지자체는 그랬다.) 그래서 그 민원인에게 특허업무는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다고 안내를 드리니, 왜 여기서 못도와주냐며 큰소리를 치는데 속으로는 아 점심먹으러 가야는데....... 

" 선생님, 특허 업무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특허청이 따로 있습니다. " 라고 안내하고 특허청 연락처와 주소를 적어주며 특허청 근처에는 이 업무를 도와주는 변리사사무실이 많이 있으니 그곳을 방문하셔야 도움을 받으실 수 있다고 설명을 했었다. 그런데 그 민원인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 갈 시간이 없으니 여기서 너희가 도와줘야한다고 우기는데 같은 설명을 반복하다가 도와드릴게 없으니 가시라고 했더니 이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다가 태도가 문제라며 큰소리는 치는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그 민원인을 보내고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민원이 감사부서에 방문해서 난리, 결국 군수비서실까지 방문하여 난리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팀장님과 과장님과 나는 비서실 호출을 받고 군수실로 가보니 그 민원인이 분에 못이겨 씩씩거리며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윗사람들은 언제나 비슷하게 대응한다. 

" 저희 직원이 미숙하여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정말 죄송하다. 교육 시키도록 하겠다." 

이미 그 민원인의 폭언에 정말 지칠만큼 지쳐있었는데 저렇게 대응을 하니 눈물이 치솟았다. 게다가 나에게 그 상황에서 사과를 드리라고 하니 억울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때 그민원인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저렇다느니 부모가 어떻게 교육시킨거냐느니 하는데 그 순간 '아 사과를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이 생각만 확고해 졌다. 결국 그자리에 있던 분들이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하고 수습하며 민원인을 돌려보내고 상황은 정리되었다. 그러나 나는 정리는 커녕 세상 모든 분노와 화가 내 마음에 가득차 있는 기분이였다. 사무실로 돌아와 씩씩거리고 있었다. 뒷자리에 계시던 과장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카페로 데려가 팥빙수를 사주셨다. 차가운 팥빙수가 정말 뜨거운 커피처럼 아주 뜨겁고 쓰더라. 그때 과장님께 내가 울먹이며 했던 말.

" 민원인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것이 친절인가요? 민원인에게 정확한 업무절차를 알려주는 것이 친절아닌가요? 도대체 군수님이 말하는 공무원의 친절이 뭔가요?"

"........ 

나는 퇴직하면 이 근처도 안올꺼야.."


요즘 민원은 본인 젊으셨을때 민원과는 수준과 강도가 다르다고 하시면서 정말 어려워 지고 있다고 덧붙이셨다. 본인은 퇴직하면 후배들 힘들게 안하고 싶어서 이 근처도 안오시겠다고 하시더니 정말 얼굴 뵙기가 어렵다. 

지금도 친절교육을 정말 많이 받는다. 일년에 한번 이상은 친절관련 교육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친절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한때는 민원인에게 웃으며 응대하라고 친절교육을 받았던 것 같다. 웃으며 이야기하면 다 친절한 것인가. 친절교육을 받을때마다 정말 알맹이는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민원인이 두번 발걸음 안하도록 정확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알려주는 것이 행정에서 가장 필요한 친절아닌가.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도 저때의 일은 가끔 생각난다. 정말 저런 사람도 있구나를 경험했던 날이였다. 그때 그 민원인 이름과 얼굴은 평생 안잊혀질 줄 알았는데..... 

잊혀졌다!!!! 정말 이름도 생각이 안나고 얼굴은 더더욱 생각이 안난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이래서 사나보다. 잊으니 살 수 있나보다. 그런데 절대 잊혀지지 않는 것은 팥빙수 먹으며 나눈 과장님과의 대화.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 그때 과장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지는 않았다. 그저 요즘 민원응대가 참 힘들다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그런데 그때 그 말씀들이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과장님을 떠올리면 눈물나게 감사하다. 아랫사람의 어려움을 정말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위로해 주신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장님께서 직원들에게 늘 행정을 행하는 마음가짐을 알려주셨는데 나는 그 모습에서 어른의 모습을 보았다. '나때는 말야~' 이런 상사로서의 마인드가 아니라 자식처럼 직원을 걱정하고 알려주려는 진정성 있는 마음. 나이 많다고 모두 어른은 아니다. 초등학생만도 못한, 나이만 먹은 유치한 사람들도 많다. 벼는 익을 수록 머리를 숙인다고 하지 않는 가. 어른은 성숙함과 지혜라는 쌀알을 품고 묵직한 겸손함을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나에게 이 믿음을 가르쳐 주신 사회생활에서 만난 어른이 바로 그 과장님이시다. 나이가 권력이라는 이 꼰대적 기질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어린 직원들에게도 예의와 존중으로 대하여 주신 모습에서 정말 어른의 모습을 보았다. 과장님 가르침 덕분에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조금은 생긴듯 하다. 업무를 처리할때, 민원을 응대할때, 동료직원을 대할때도 과장님의 말씀이 가끔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때 진정성있는 자세가 상대에게 진심을 가장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말로 알려주시지 않았지만 본인에게 배웠다는 걸 과장님은 알고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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