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은 원래 하얗다?

소수에게 선택받은 컬러볼 속에 숨겨진 이유

by Dylan Kim

골프 경기에서 플레이하는 사람이나 관람하는 사람들이나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물건은 바로 골프공이다. 공중에 떠 있거나, 그린 위에서 홀컵을 향해 구르는 공은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챈다. 아주 가끔은 그런 공이 익숙한 흰색이 아닐 때가 있다. 컬러볼을 쓰는 선수는 극소수지만, 나름대로 이유와 스토리를 품고 있다.


과거에는 컬러볼이 주로 아마추어나 시니어 골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기술 발전과 다양한 이점들이 입증되면서 프로 선수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오랜 세월 이어온 관습을 깨고 화려한 색깔이 칠해진 공을 쓰는 이유는 뭘까? 그 선택의 이면에는 단순한 시각적인 취향도 있지만, 압박감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전술도 숨어있다.


지금은 PGA를 떠나 LIV 골프에서 활약하고 있는 왼손잡이 골프선수인 버바 왓슨은 핑크색 마니아로 유명하다. 그의 핑크색에 대한 애착은 드라이버 샤프트는 물론 헤드까지 커스텀 제작하여 썼고, 아이언은 물론 골프백과 신발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2017년에는 볼빅과 계약하면서 PGA 투어 역사상 처음으로 특수 제작한 핑크색 공을 사용했는데, 이는 자선 활동과 개성 표현을 겸한 선택이었다. 2012, 2014 마스터스 토너먼트 챔피언인 그는, 2017년 대회에서도 핑크색 공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사용하며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체격과 외모에 비해 대비되는 선명한 핑크색은, 자신만의 컬러를 구축하겠다는 왓슨의 고집스러운 신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버바 왓슨은 LIV 골프 팀 레인지고츠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팀의 시그니처 컬러 역시 핑크색이다.

피터 말나티는 PGA 투어 데뷔 18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골퍼지만, 그가 현재 쓰는 골프공은 여전히 초보자처럼 밝고 선명한 노란색이다. 2009년 프로 전향 후 미니 투어와 콘페리 투어를 전전했지만, 2015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18년의 긴 여정 속에서도 그의 가장 큰 변화는 2023년 7월 3M 오픈부터 쓰기 시작한 노란색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였다.


말나티가 백색의 관습을 버린 이유는 지극히 사적이고 다정하다. 2023년, 당시 세 살이었던 아들 해처가 TV 중계를 보다 무심코 노란 공이 좋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아들이 아빠의 공을 더 쉽게 찾고 즐거워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단순한 부성애가 '컬러볼 무관왕' 역사를 깨뜨리는 시발점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말나티는 2024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12 언더 파를 기록하며 무려 3058일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PGA 투어에서 컬러볼로 우승한 건 1982년 제리 페이트가 오렌지색 공으로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후 42년 만의 일이었다. 결국 그 긴 공백을 끝낸 건, 성능이 아니라 한 아이의 시선에서 시작된 선택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아들은 노란 공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지만, 아버지인 말나티는 여전히 노란 공을 고집한다. 여기에는 그의 심리적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그는, "공을 내려다볼 때마다 아들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짧은 찰나의 미소가 경기 중 쌓이는 스트레스를 휘발시키고, 다시금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여러 번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노란색 공은 골프공 이상의 의미를 가졌었다.


피터 말나티는 PGA 투어에서 몇 안 되는 컬러볼 사용 골퍼다.

시니어 투어에선 컬러볼 점유율이 높아진다. 프레드 커플스는 수년째 브리지스톤에서 출시한 노란색 공을 고집해오고 있다. 나이 들면서 흰 공이 잘 안 보인다는 이유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니 엘스도 스릭슨사의 밝은 노란색 공을 사용하며, 시야가 흐려지는 나이대 골퍼들에게 밝은 컬러가 공 추적에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실감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두 선수 모두 젊은 시절 세계 1위에 올랐던 정상급 선수지만,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하며 컬러볼의 선택이 경기력에 도움이 됐음을 증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란색 볼은 흰색 대비 2~3배 더 멀리서 잘 보인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PGA 투어에서는 여전히 극소수지만,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시력 보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프로들은 여전히 흰색 공을 고수한다. 그 이유는 전통과 이미지다. 골프는 오랜 세월 클래식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흰 공은 TV 중계나 코스에서 잔디와 하늘과의 대비가 자연스럽다. 또한 흰색 공이 훨씬 익숙하고 시각적으로도 일관성을 안겨준다. 프로들은 수천 번 연습한 흰 공의 궤적을 몸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색상 변화가 미세한 집중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컬러볼을 쓰는데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색상은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노란색이나 밝은 색상은 뇌를 자극하여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더 공격적이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동반 플레이어들이 모두 흰색 공을 사용할 때 자신만의 색상 공을 사용하면 공을 쉽게 식별할 수 있고, 오구 플레이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흰 공보다 노란 공이 더 커 보이는 느낌 때문에 퍼팅에서 심리적으로 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컬러볼은 단순히 색깔에서 오는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요소를 내포한 골프 장비다. 누군가에겐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고, 누군가에겐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창구다. 말나티의 아들 사랑, 커플스와 엘스의 나이 듦에 대한 솔직함, 그리고 왓슨의 고집스러운 개성까지. 각자의 선택 하나가 골프를 더 따뜻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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