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앞서는 순간

입을 닫고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할 때

by 생각전사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는 어른이 되는 꿈을 꾼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고, 빗자루에 앉아 악당을 물리친다. 슈퍼맨이 되고, 부자가 되고, 선생님이 되고, 가수가 되고, 배우가 되고, 의사가 되고, 과학자가 된다. 어서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


자라나면서 학교에 가서 글을 배우고, 학문과 기술을 익히고, 세상의 질서를 체득한다. 한참 그러다가 배우기를 마치고 의무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짐을 지고, 일자리를 얻는다. 내가 원한 것이든 세상이 허용한 것이든 부닥치는 곳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기뻐 웃기도 하고 속상해 울기도 하고 생각대로 되지 않아 낙담과 좌절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젊음의 패기와 투지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다. 누군가 어깨를 다독여주고, 심지어 박수까지 보내준다. 닦은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목에 힘이 들어간다. 고향마을 뒷동산에 오르면 저 아래 마을이 내려다 보였듯이 나의 봉우리에 오르면 세상은 온통 나의 발아래 놓여있는 듯해진다. 젊음과 성숙이 절정에 이르는 때다. 이때까지는 대개 젊음은 단지 신체적 나이와 상태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젊음이 기어이 앞서는 순간이 도래한다. 그것은 젊음에서 비롯되지만 늙음이 이를 알아차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귀엽기 시작한다. 발랄하고 쾌활한 젊은이의 웃음소리에 절로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청년의 주장이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들의 소리가 공간에 가득 찬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얘기가 내가 생각해도 식상하고 어제의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묘한 자괴감마저 고개를 든다.


바로 젊음이 앞서는 순간이다. 이걸 눈치채지 못하면 영원한 꼰대로 남는다. 앞서가는 젊음을 붙잡고 철 지난 유행가를 웅얼거리는 늙은이가 된다. 그러니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기뻐하고, 얘길 들어주고, 박수 쳐주고, 응원해 주면 된다.


당신은 지금 젊음 속에 있나요, 아니면 젊음이 앞서는 순간에 있나요?


젊은이를 가르치려 하고 있나요, 젊은이의 얘길 들으려 하고 있나요?


여전히 마음만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 내 안의 내가 조용히 속삭인다. 젊은이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쪽에 서라고... 그럴 때라고...


나는 비로소 젊음이 앞서는 순간에 고개를 끄떡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