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웃음이 넘쳐나는 가정이 되길 바라
안녕, 지희야 너의 오랜 친구 빵주야.
18살에 전학 와서 처음 널 봤을 땐 참 하얗고 예쁘다고 생각했어.
도도한 얼굴에 겉으로는 강한 척을 참 많이 하는데, 속은 그와 반대로 우리 중에 제일 여린 친구야.
그리고 너한테 장난칠 때면 타격감이 좋아서 내가 장난을 유독 많이 쳤던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장난꾸러기계의 탑오브탑 상호와도 사랑에 빠진 게 아닐까?
내가 너보다 더 어른인 것도 아니고, 무얼 더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 이 앞에 서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너에게 ‘내가 먼저 결혼해서 살아보니 이렇더라 ‘, ’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 하는 이야기가 뭐가 중요하겠니.
너는 현명한 친구라 분명 나보다 훨씬 더 결혼생활을 잘해 나아갈 텐데.
그래서 오늘은 결혼하는 너에게 당부의 말보다는, 응원의 마음을 담아 내가 어떤 친구가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내려갈게.
먼저, 항상 너의 행복을 바라는 친구가 될게.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봐도 우리끼리는 참 질투도 없이 잘 지내왔다.
너에게 좋았던 순간에는 우리도 함께 그 행복을 축하했고, 아쉽고 안타까웠던 순간에는 우리도 함께 속상해했었지.
지금 내가 굳이 어떤 어떤 일이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아도 네 머릿속에도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지?
그렇게 변함없이 네 곁에서 항상 지희의 행복을 바라는 해바라기군단이 될게.
그리고 네가 슬플 땐 함께 울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줄게.
아무리 좋은 사람과 또 좋은 사람이 만나도 살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날이 올 텐데, 그때 속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로 항상 곁에 있을게.
그리고 무슨 이야기든 우리에게 하고 나면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걸’, ‘내 얼굴에 침 뱉기인데’,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상호 흉을 보고 바로 다음날 상호 칭찬을 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못 들었던 것처럼 받아줄게.
연애든 결혼이든 다 그런 거 아니겠니.
뭐 상호도 우리한테 이야기하고 싶은 거 있으면 이야기해. 얼마든지 들어줄게. 이야기는 또 양 쪽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거니까.
두 사람은 옆에서 봐도 참 잘 어울리고, 서로를 잘 채워주는 흐뭇한 커플이야.
아마 우리뿐만 아니라 오늘 결혼식에 와주신 모든 분들이 두 사람을 그렇게 따뜻한 눈으로 보고 계실 거라 믿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시작하는 만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또 그걸 고마워하면서 살길 바랄게.
그게 아마 최고의 행복일 것 같아.
사랑해 친구야.
2024년 햇살이 눈부시게 밝은 어느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