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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to Mar 20. 2022

엄마와 밥

하노이 - Hanoi

그녀의 아이들은 나이대에 비하면 세계를 많이 돌아다닌 편에 속하였지만, 정작 그녀는 그렇게 여행을 다닌 편이 아니었다. 그들의 아이들이 물어온 소식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그들이 돌아다녔던 세상을 한국에서 목소리로 전해 들으면서, 충분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남편과 세상을 둘러볼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야 했고, 그녀의 시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며, 가족에게 밥을 먹여야 했기에, 그 모든 계획은 뒤로 미뤘다.


그녀의 큰아들이 30살이 넘어서야 데려간 첫 여행.


하노이로 간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어디든 어떻겠니?라는 말로 그녀의 기대를 표현했다. 사실, 그녀의 큰아들은 그렇게 순수한 목적으로 그녀를 데려간 것은 아니었다. 하롱베이 크루즈를 타고 싶은데, 1인 가격이나, 2인 가격이나 같았기에 그녀에게 함께 가자고 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고맙다고 했고, 6박 7일의 여행을 함께 했다.




하노이. 시끄럽고 매연이 가득한 도시. 길에 가득 찬 오토바이와 사람들로 인하여, 그녀의 여동생은 그곳을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더 좋은 휴양지도 많은데, 왜 그런 곳으로 가냐는 질문에, 큰아들이 있잖니란 말로 도착한 도시. 숙소는 호안 끼엠 호수 근처 구시가지 안, 복잡한 골목 속에 있는 한 조그마한 호텔이었고, 그 호텔에서 제공한 음식에, 모자는 첫날부터 베트남의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밥은 먹었니? 무얼 먹었니? 맛있었니? 왜 안 먹었어? 밥 좀 먹고 다녀.


전 세계 어머니라면 입에 달고 있는 그 말은 그녀에게도 당연한 말이었다. 그리고 정작 당신은 손수 준비한 가벼운 음식들로 점심을 먹는 게 더 좋다는 말을, 그 가족들은 믿었고, 그래서 미안함이란 존재하지 않은 채로, 그녀에게 밥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큰 아들이 하노이에서 본 것은, 그녀 역시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즐길 줄 안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복잡한 거리에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허름한 음식점에 쭈그려 앉아서 분보를 먹고, 거리에 놓인 조그마한 의자에서 쓰어다를 마시는 그들의 하노이에서의 일상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먹고, 먹고, 또 먹고, 그러다 마시고였다. 지치지 않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그녀와 그녀의 큰아들은 정말 서로 밥에 대하여 물을 필요 없이, 함께 계속 먹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내려온 이야기들이 베트남의 식문화에 존재한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Madam **, 혹은 Maison **이라고 붙여진 곳이 많다. 프랑스 코스요리를 파는 곳도 있지만, 현지 음식을 좋아하는 모자에게 있어서, 그곳들에서 파는 할머니로부터 내려왔다는 베트남 가정식(약간은 고급스럽게 포장된)을 먹는 것이 즐거웠다.



물론 그녀가 해주는 밥에 비하면, 그래도 돈을 주고 사 먹는 집 밖 음식이라고 느껴짐에도, 그곳에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는 베트남 가정식은, 그녀의 아들에게 있어서, 그래도 그의 엄마에게 집 밥을 먹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식사 후에 끝난 말은 그녀의 아들을 또 뒷목 잡게 만든다.


너무 좋다. 너희 아빠하고 또 오자.
이번에 왔던 그대로 똑같이 와서 맛있는 거 먹이자.
근데, 너희 아빠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 photo by Trang Pham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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