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억상실
학생들이 종이 책을 읽지 않는다. 현직에 계신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린아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종이이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대부분 휴대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으로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주로 많이 보게 된다.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에도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려고 들어가도 젊은 손님들은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디지털 기억 상실이란 말의 뜻을 알고 깊이 공감하면서도 목구멍 뭔가 할 말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부 책이 있었다. 상가나 공중전화 부스에 놓여 있는 전화번호부 책은 새롭게 발행될 때마다 점점 더 두꺼워졌다. 그 시절에는 전화번호 외우는 장기 자랑도 있었고 전화번호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불과 반세기도 안된 이야기이다.
요즘 아이들이나 성인들에 가족들 전화번호를 본인 폰을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예전에는 가족들 전화번호 외우는 것은 기본이고 가까운 지인들 전화번호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집 전화번호도 거의 없고 외우지도 못한다. 가족의 휴대폰 번호를 확인하려고 해도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보아야 확인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기억상실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은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휴대폰 안에 모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외우지 않아도 되고 결국 디지털 시대에 맞게 외우는 기능이 달라지고 기억상실 시대가 된 것이다. 달라지는 기능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