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나이지리아 현장부터 연구원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형태의 리더십을 경험하며, 문득 조직 운영의 방식이 마치 체스와 바둑의 차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체스판을 떠올려 보자. 킹을 중심으로 퀸, 룩, 비숍, 나이트, 폰 등 모든 말들이 명확한 위계와 고정된 역할을 가지고 있다. 킹이 잡히면 게임은 끝나고, 각 말의 움직임은 정해진 규칙을 벗어날 수 없다. 폰은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고, 비숍은 대각선으로만 움직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폰이 킹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내가 경험한 일부 조직의 리더십도 이와 같았다. 리더는 마치 킹처럼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팀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갇힌 채 정해진 지시만을 따르는 폰과 같았다. 이러한 체스형 리더십은 경직된 의사결정을 초래한다. 모든 결정이 상위 리더에게 집중되면서 현장의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나이지리아 현장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은 곳에서는 이러한 경직성이 치명적일 수 있었다. 또한, 폰이 퀸이 될 수 있는 승진의 기회(퀸 프로모션)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것처럼, 대부분의 팀원들은 정해진 역할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숨겨진 잠재력은 발현되지 못했다. 리더의 지시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보다 리더의 방향만을 좇게 되는데, 이는 구성원들의 성장과 조직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체스형 리더십이 특정 상황, 예를 들어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위급 상황이나 단순 반복 업무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반면, 바둑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바둑판 위에 놓이는 수많은 돌들은 처음에는 모두 동일한 가치, 즉 '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특정 돌 하나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돌들의 유기적인 연결과 배치, 그리고 전체적인 '판세'가 승패를 좌우한다.
바둑형 리더십은 바로 여기에 그 본질이 있다. 바둑돌처럼, 팀원 개개인에게 고정된 위계를 부여하기보다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존중하는 것이다. AI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최고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어떤 돌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때로는 변방의 작은 돌 하나가 전체 판세를 뒤집는 묘수가 되기도 한다. 리더는 특정 팀원이나 특정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표에 따라 팀원 개개인의 역량과 기여도를 유동적으로 평가하고 활용해야 한다. 바둑 기사는 돌 하나하나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판의 흐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린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팀원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하며,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지시하는 것을 넘어, 팀원들이 스스로 '수'를 둘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리더는 체스판의 킹처럼 군림하기보다, 바둑 기사처럼 넓은 시야로 판세를 읽고, 모든 돌(팀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집'(성과)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정된 위계를 넘어 유동적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각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전체적인 조화를 통해 승리를 이끄는 바둑형 리더십이야말로 현대 조직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하든, 어떤 역할을 맡든, 항상 바둑판 위의 돌처럼 유연하고 가치 있게 움직이며, 바둑 기사처럼 전체를 읽는 안목을 가진 리더와 함께하기를, 혹은 그러한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