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고양이

글/사진, 박상환

by 이삼일 프로젝트
a01.jpg 바양노르, 몽골 ⓒ 박상환

자글자글, 아지랑이 피워 올리고
맞닿은 곳곳마다 잘 마른 빨래마냥 까슬까슬, 보드라운
감촉으로 감싸주는 봄햇살이지만,

나는 울 엄마의 품이 더 따뜻하고 포근해요.

+ 바양노르, 몽골






a003.jpg buen camino ⓒ 박상환

정오를 넘겼지만 아직도 한낮의 열기가 식지 않은 늦은 오후, 평화롭고 작은 어느 마을. 열기를 피해 다들 집 안으로 들어간 시간에도 이 마을을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입니다. 나는 하루의 걸음을 마치고 이 곳에 짐을 풀기로 합니다.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짧은 응원의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미소들.

그늘 진 골목길에 길고양이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이윽고 마을 아주머니 한 분께서 음식이 든 그릇을 들고 나오십니다. 내가 마을 사람을 봤다는 반가움 그 이상으로 길고양이들도 무척이나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마치 어린 손자, 손녀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길고양이들에게 무어라 말씀하시며 녀석들에게 음식을 줍니다. 너무나 맛있게 먹어대는 고양이들. 돌아서는 아주머니와 눈이 맞았습니다. 이방인 순례자에게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셨습니다. 나도 똑같이 답례를 합니다.

짧지 않았던 걷기의 피로가 그렇게 풀립니다.
힘차게 걸을 힘을, 그렇게 얻습니다.


+ buen camino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a006.jpg 쿠스코, 페루 ⓒ 박상환

한낮의 햇살에게서 벌써 여름의 뜨거움이 느껴져요.
그늘에 모여 있는 고양이 가족처럼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 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 쿠스코, 페루








a007.jpg 부산 남포동, 보수동 ⓒ 박상환

부산여행, 좋아하세요?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운대나 태종대가 유명하지만 가볍게 챙긴 짐과 카메라 하나 들고 보수동 헌책방과 깡통시장, 남포동 거리 곳곳을 걸으며 구경하고 먹고 사는 재미도 쏠쏠해서 종종 다녀오곤 한답니다. 깡통시장 골목을 걷다 생선가게 사이에 있는 방앗간 안에서 사이좋게(?) 놀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보았어요. 방앗간을 놀이터 삼아 여기저기 맘껏 누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인 할머니께 먼저 양해를 구했습니다.


"할머니, 저 고양이 좀 찍어도 될까요?"
"하모, 맘대로 찍으소. 거 요샌 고앵이 찍을라카는 사람들이 많네. 아까도 외국인 아즈씨가 찍어 가드만."
"고맙습니다, 할머니. 근데 고양이 기르시면 옆에 생선가게 주인분들이 싫어하지 않으세요?"
"안 싫어해요. 쟈(검정 얼룩이)는 저집(옆 생선가게) 애인데 여 와서 논다카이."



a008.jpg 부산 남포동, 보수동 ⓒ 박상환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허락해 주신 할머니께 음료수 한 병을 답례로 드렸더니 멋쩍어하시면서도 기쁘게 받아주셨습니다. 두 고양이 덕분에 고맙고 유쾌한 만남과 경험을 품게 되었어요. 이것이 내가 부산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 보수동, 남포동,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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