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바위에 사는 신선 고양이

부산 태종대, 신선바위에서

by 이삼일 프로젝트

1. 작년 이맘때, 부산 태종대엘 갔었습니다. 태어나고 몇 년을 자란 곳이었음에도 태종대는 가는 길도, 그곳 풍경도 처음 가보는 것처럼 매우 낯설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 어딘가엔 분명 그곳에서의 추억이 새겨져 있었을 텐데요. 하지만 그런 기분 덕분에 여행하는 기분을 더욱 살릴 수 있었습니다.


2. 다누비 열차를 타고 신선바위로 향했습니다. 파도와 바람에 평평하게 깎인 바위 위에서 탁 트인 바다도 보고 거센 바람도 맞고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온몸을 뒤흔들 듯한-소리를 들으니 몸과 마음의 답답함이 모두 날아가는 듯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적당한 곳에 앉아 사진을 찍고, 바람을 느끼는 등,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신선바위, 부산 태종대 ⓒ 박상환


3. 시야에 온통 바다와 하늘과 바위와 사람으로 가득했던 그때 새로운 존재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손님, 바로 고양이 한 마리였습니다. 녀석의 느린 걸음을 보고 있자니 바람과 파도가 내는 소리들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4.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녀석은 바위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닐었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곳인데 무섭지 않나? 왜 여길 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위에 고인 물을 홀짝거리고 몇몇 몰상식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을 보고는 '아, 배가 고파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선바위, 부산 태종대 ⓒ 박상환


5. 녀석이 바위를 돌며 찾은 건 약간의 땅콩이었습니다. 봉투에 든 땅콩을 꺼내기가 힘겨워 보여서 녀석이 도망가지 않기를 바라며 서둘러 땅콩을 바위 위에 쏟아주었습니다. 저만치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와 허겁지겁 땅콩을 먹는 녀석의 모습이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고양이의 건강에 썩 좋은 음식은 아니니까요. 사료라도 있었더라면 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6. 1년이 지난 지금, 녀석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요. 여전히 태종대 신선바위 주변을 돌며 먹을 것을 찾고 있을까요. 다시 태종대를 찾게 된다면 건강에 좋은 사료를 한가득 들고 가고 싶네요. 만약 태종대 여행을 생각 중인 애묘인이 계신다면 사료를 꼭 챙겨가 주시길-



글/사진,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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