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의 부재
부탁드려도 될까요? 참. 듣기 좋으나 거북한 말이다. 정중한 표현으로 나에게 자신의 일을 부탁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동네 바보 코흘리개처럼 그러엄! 이라는 말과 함께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했다. 점점 한 두 번 지나고 나니 당연하다는 듯 물이 담을 넘어 흘러내려온다. 다시 생각해 보면 “네가 잘하니깐 대신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당연한 듯한 물음이 느낌표가 마치 화살처럼 꽂힌다.
가끔 머릿속에 의문들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공기를 맡기 위해 근처 호수를 걸었다 뛰었다 반복한다. 차가운 공기가 더러운 먼지 필러를 걸러내듯 의문들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가끔 사라지지 않는 날들이 있다. 그럼 남은 솜먼지들을 가지고 샤워실에 들어가 마치 무협지 폐관 수련하듯 물을 한참 동안 맞고 있는다. 가끔은 수도세가 무섭지만 이 먼지들을 안고 가다간 필터에 껴 빠지지 않아 하루 종일 천장의 별들을 세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 한국 티브이 예능처럼 구간반복하듯 화장실을 반복한다.
그러다 난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시작한다. 처음을 생각해 보면 아 여기서 적응하면 아 개인시간이 좀 생기면 아 지금은 바쁘니깐 이런 외마디가 내 앞길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처음 계획을 짠 것처럼 “내일은 진짜 시작하자 “라는 마음을 굳게 먹는다. 똑같은 아침을 시작하고 오늘은 계획이 있으니깐 시간 분배를 머릿속으로 시작한다. 그때는 마치 내가 스티븐 호킹이다. 그렇게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계획을 실행할 생각을 한다. 결국 젖은 티백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내 마음은 모래인가 보다 물이 없어 굳어지지 않는다. 내 성공은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불을 덮고 머리만 이불 밖으로 쏙 뺀다. 무언가 드디어 제대로 된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핫도그에 삐져나온 소시지처럼 쏙 빼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