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

축이라 쓰고 지심을 봉투 안에 넣는다.

점차 젊은 나이에 숫자가 붙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보니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생기나고 있다. 아직 결혼이 인지가 되지 않기에 “00아 축하한다.”라는 말로 축하해 준다. 그렇게 남을 축하하다 보니 친 형이 결혼을 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우리 형도 결혼할 나이니깐이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런데 생각 보니 같이 살 때도 자주 못 본 형이 그리울 것 같았다. 문득 형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생겨서 신나게 형의 방문을 열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잘 정리된 침구류를 보고 “장가갈 준비 끝났다. “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정리된 적 없던 침구류가 마치 다음 주인을 기다리듯 구김살 없이 빤빤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같이 살고 있을 때는 말을 걸지도 않았지만 왜 그런지 서운했다, 아니 섭섭했다. 너무 빨리 결혼하는 것 같았다. 뭔가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다. 그렇게 방문을 열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먼지들을 구경했다.


결혼식 당일 모든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형이 보였다.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고 초2 때로 돌아가버렸다. 동네 애들한테 맞고 오면 항상 자신의 일인 듯 애들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너도 패주겠다며” 소리치던 형이 기억났다. 온몸에 검정 발자국으로 돌아오면 한 치의 고민 없이 일어나 주소 불러라고 말하던 형. 수능을 보겠다고 공부하고 있으면 자신이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10만 원가량 보내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던 형. 여행을 간다면 50만 원을 보내주며 친구들도 사주고 사고 싶은 거 사라던 형. 생각해 보니 난 형한테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근데 무엇일까 내가 형한테 무엇을 준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철부지 동생, 코흘리개 바보 이런 동생이 쪽팔리지는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걷다 보니 축하한다는 말도 못 하고 축의금을 내는 곳 앞에 서 있었다. 아직 학생이라 많은 돈을 못 주지만 내 선에서 최선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지갑을 열었다 아니 지폐로 가득 차 열려있었다. 지갑의 가시를 50정, 지폐 50만 원을 봉투에 축이라 쓰고 이름을 적었다. 근데 무언가 그렇게 받기만 했음에도 이 돈이 아까웠다. 그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 의지했음에도 돈을 뽑기 전까지만 해도 100만 원을 낼지 50만 원을 낼지 고민했음에도 봉투에 넣자 머릿속에 내가 굳이 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더러웠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부탁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