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허용하고 받아들이기
아이에게 ‘행복한 감정’만 취사선택해 주고 싶은 적이 있었다. 삶은 좋든 싫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싶었나 보다.
아이만큼은 내가 살면서 느낀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해주고 싶었다.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싶은 장애물 같은 거였다.
‘삶은 고해'라는 석가의 가르침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 중의 하나일진대 부정하려 했으니 아이가 삶의 면역력을 키울 기회를 앗아갈 뻔했다. 아이들은 충분히 견딜 힘이 있는데 엄마인 내가 견딜 힘이 약했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부정적 감정은 우리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변화를 유도하고, 보호하는 역할 등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이해하는데도 부정적 감정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부정적 감정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오은영 금쪽 수업에 출연한 조우종 아나운서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부정적 감정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 주고 있어서 공유해 본다. 결혼 7년 차 만인의 워너비 1등 신랑감인 조우종 아나운서에게 언제가 제일 행복하냐는 오은영 박사님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희생을 하거나 양보해서 다른 사람들이 기뻐할 때 행복해요. 하지만 평소에는 억울함, 슬픔, 애통함 그런 부정적 감정을 느끼지만 표현하거나 내색하지 않아요. 제가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으면 상대방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까 봐서요."
굳이 자신의 나쁜 감정이나 고민거리를 얘기해서 상대가 같이 고민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얼핏 배려심 많고 남을 위한 행동인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기분 나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불편한 사인을 줘야 상대가 알아차리고 조심할 텐데 다 참고 자신이 힘든 걸로 끝내거나 참아버리면 기분을 망치거나 나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아주 냉정하게 보면 상대방이 악역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오은영 박사님은 말씀하신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부정적 감정조차도 인정을 안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게 마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벌거벗겨진 것처럼 수치스러워하는 거라고 한다. 그만큼 부정적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 환경이기도 하다.
조우종 아나운서는 힘들다고 표현하면 상대방이 걱정할까 봐 말을 못 했지만 요즘은 꾹꾹 참으며 지내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버티다가는 5년, 10년 후가 안 보인다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조우종 아나운서가 이렇게까지 부정적 감정을 숨기고 거절도 못 하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어려워해서 그렇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일부러 갈등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만 살다 보면 생각과 입장이 다른 타인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긴 갈등을 처리해 나가고 꼬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사인데 그것을 지나치게 두려워서 아예 직면을 못하는 상태가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등을 직면하지 않으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내면을 쭉 따라가 보면 억지로 참은 것이다. 그러면 마음 안에 상당히 짐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고 이것이 쌓이면 병이 된다고 한다. 갈등이 싫어서 거절을 못 하면 자신의 마음 안에 스트레스로 쌓여 병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오은영박사님 말씀에 출연진들이 걱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오은영 박사님이 부모님들이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박사님 저는 우리 아이가 언제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박사님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하신다
불. 가. 능. 합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만 만났으면 좋겠어요
불. 가. 능합니다.
늘 사회에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불. 가. 능. 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희.로. 애. 락. 을 경험하는데 기쁨과 즐거움만을 경험하며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고는 지 사람마다 다를 뿐이지 인간의 삶에서 오는 좌절과 스트레스는 막을 수가 없다고 똑 부러지게 표현해 주신다.
갈등을 회피하고 살아온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에 외부는 평화롭지만 마음은 힘든 조우종 아나운서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씀에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어린 나에게도 해주는 말인 것 같다.
부정적 감정 표현이 서툴렀던 어린 우종이에게
우종아! 이 세상에 틀린 감정은 없어.
감정은 언제나 옳은 거야. 인간은 언제나 희와 락만 있는 게 아니야.
희로애락 중 기쁨과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야.
부정적인 감정은 나쁜 거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어?
희로애락은 다 소중한 거야.
정말 모범적이고 꾹 참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많았던 아들. 고맙다.
걱정 안 끼쳤던 아들. 대견하다.
그러나 이제는 너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면서 너의 마음을 편하게 표현해 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우종이도 사람들은 여전히 널 가깝게 대하고 좋아할 거야.
걱정하지 마라.
넌 좋은 사람이야.
마음을 참느라고 힘들었네.
이제 안 그래도 돼.
-오은영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