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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정치 Oct 23. 2023

왕후닝이 만든 중국의 패권전략

 

 왕후닝은 누구인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교류하였고 중국이 공산국가라고 경계하는 분위기도  별로 없었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할 때도 거만한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배워야한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점차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니  <중국몽>이니 하는 이상한 슬로건을 앞세우면서 거칠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이 시진핑의  정치적인 야심 탓으로 보였으나 그의 정책들이 모두 왕후닝이란 사람이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왕후닝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왕후닝은 상하이 푸단대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 국제정치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연구욕심이 많은 지독한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개인사는 순탄치 못하여 세번 결혼을 하여 30세 연하의 부인과 살고 있다고 하니 성품은 그다지 원만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왕후닝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강한 리더쉽을 가지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정치적인생>이란 글에서  죽음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신념을 갖고, 동서양 학문에 통달한 지식을 갖췄으며, 숭고한 덕행으로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는 인격을 갖추고, 높고 먼 곳을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백번 꺾여도 휘어지지 않는 의지를 갖고, 온갖 냇물을 다 받아들이는 바다와 같은 도량과 대세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의 민주혁명은 걸출한 지도자 집단에 의지해야 한다. 바로 지금 이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왕후닝의 권위주의적 정치관은 천안문 6.4 항쟁으로 분출한 민주주의 요구에 대해 공산당의 대응논리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이것을 계기로 장쩌민에게 발탁되었다.   그후 왕후닝은 중앙정책연구실이란 싱크탱크에서 18년간 일하면서 장쩌민에서부터  후진타오와 시진핑이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책사 역할을 하였다.  시진핑 시기에는 교수출신으로 공산당 서열 4위의 상무위원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는데 이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 나타난  <중국몽>  <신형대국관계론>  <일대일로> 는 모두 왕후닝이 설계한 것이다.  시진핑 3연임과 시진핑 1인 영도체제 구축에도 왕후닝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배우라면 왕후닝은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 쯤 되는 것 같다. 그밖에   <전랑외교>도 왕후닝에서 비롯되었으며 중국 공산당의 가장 중요한 전략인 <통일전선>도  정협 주석으로 선출된 왕후닝이 맡고 있다. 왕후닝의 저서 미국이 반대하는 미국(America against America)에는 미국을 갈라쳐서 서로 싸우게하려는 전략이 담겨져 있다.
 왕후닝을 고대 중국의 제갈공명에 비유하는 견해도 있으나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에  수양대군의 책사로서 세조 예종 성종의 3대에 걸쳐 권력을 누려온 한명회를 연상시킨다. 한명회의 상대는 나이어린 단종이었으나 왕후닝의 상대는 패권국가인 미국이어서 중국의 패권전략이 쉽게 성공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중국 안밖에서 왕후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의 국제정세에 대한 오판으로 각국에서  반중정서를 야기하여 시진핑 정부가  곤경에 처하고 있으며 지나친 시진핑 띄우기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왕후닝이  2020년에 시진핑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는  <대국전역(大國戰疫·중국의 전염병과의 전쟁) >이란 책을 발간했다가 크게 비난받은 사실은 그의 식견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한다.

 중국몽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말하며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몽은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의 건설과 함께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의 핵심적 내용이다. 덩샤오핑 이래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의 원칙을 따라  왔지만  중국몽은 중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면  미국과 세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부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중국몽은 패권야욕을 드러낸 것이지만 <중화민족>이라는 민족 자존심을 내세워 인민들이 단결하게 하고  시진핑의 장기 독재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민들이 중국몽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중국몽은  일반민중의 현실과는 관계없는  허황된 백일몽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신형대국관계론

  <신형대국관계론>은 기존 패권 국가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것을 말한다. 즉 패권국과 빠르게 부상한 신흥국은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하게 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피하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윈윈의 관계로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형대국관계론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한 술수로 봐야 한다. 신형대국관계론은 아시아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보장하라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 중단과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도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확실히 인정하는 것이고 이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배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
 
 일대일로

 일대일로(一带一路: One Belt One Road) 란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경제벨트를 지칭한다. 35년 간(2014~2049)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현대판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국가의 경제․무역 협력의 길을 연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3년 시진핑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2021년 현재 14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내륙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의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대일로의 구상 자체는 나무날 수 없지만  일대일로가 중국의 패권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는게 문제다.
 일대일로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면 먼저 중국이 참여국의 인프라 건설을 위해 돈을 빌려준다. 해당 인프라 건설은 전적으로 중국의 기업이 맡으며 , 중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건설이 끝나면 빚을 상환받는다.  인프라를 건설할 때 중국인 노동자와 중국 기업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참여국의 고용이나 경기부양면에서는 이익이 전혀 없어  중국에게만 큰 이익이 되는 계획이다.
  참여국이 중국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항만 등 일대일로로 지은 기반시설의 이용권을 중국에 제공해야 한다.  스리랑카는 2010년 중국자본으로  남부에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하였는데, 대출 상환이 힘들어지자 중국에 99년간 해당 항구를 조차하였다. 이집트, 우간다, 캄보디아도 주요 자산에 대한 운영·소유권을 잃었다. 또한  스리랑카, 잠비아, 에콰도르, 레바논, 가나, 이집트, 튀니지, 페루, 에티오피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우간다 등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경제위기에 빠졌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 일대일로 참여를 독려한 결과, 이들 국가는 경제악화 등으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일대일로가 참여국과의 계약단계에서 정부관리들을 상대로 놔물이 제공되 수 있고 일대일로후에는 부채가 남는다는 점에서 참여국들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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