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면접 보는 법에 대한 세션을 들었는데 면접을 볼 때는 경험 베이스로, 왜 이런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가정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 것은 그 사람의 실력과 상관없이 임기응변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할 위험이 있다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내려온 선택을 물어야 하고, 그 중 그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의 커리어패스’를 묻는 것이라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가는 것이 그 사람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결정이라고 했다. '나는 도전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자기소개 한 문장 대신, '나는 이런 상황에서 도전할 것입니다'라는 가정 대신, 그 사람이 내려온 선택이 정말 도전적인지를 보는 것. 그것이 면접에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올해 11월 또 한 번의 의사결정을 내릴 일이 있었다. 조직도 변경으로 내게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 배울 것은 많겠지만 예전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영역을 다시 해보기, 2) 내가 잘하는 영역 강화하기. 이 조직은 워낙 속도도 빠르고 난이도도 높고 강도도 높아서 어느 선택을 하든 쉽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선택의 순간 ‘제일 어렵고 두려운 것 고르자’는 생각뿐이었다.
한 번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정말 못하는 것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과거의 경험에만 기대어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고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그 일을 했던 시기는 이 회사에 입사한 직후였고 이후 5개월 정도만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새 회사로 이직한 직후라 적응의 문제였는지, 실력의 문제였는지, 적성의 문제였는지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했다. 만약 이번 도전도 실패라 한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나는 이 영역이 적성의 문제든 뭐든 나와 맞지 않는 것을 제대로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올해 2월도 그랬다. 퇴사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잘 끝내면서 남을 것을 제안받았을 때, 다른 곳에서 시작을 하는 것보다 이 조직에 남는 것이 더 두려웠다. 배울 것은 많지만 쉽지 않은 조직, 내게서 계속 모자란 점을 찾아내는 조직, 그만큼 성장의 기회가 있는 것도 맞지만. 10년 차가 되어 내가 더 쉽게 다닐 수 있는 회사, 인정받으면서 잘할 수 있는 조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조직에 남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때도 든 생각은, 이 회사에서 처음 이커머스 인더스트리를 경험해서, 이커머스 인더스트리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그저 이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인지 헷갈리는데 몇 개월 더 다니면서 그것만 명확히 확인하자 라는 생각이었다. 몇 개월 뒤에 이커머스든 이 조직이든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때 미련 없이 나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이커머스가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고, 그래서 나중에 이직을 하더라도 이커머스가 두려워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고려해 볼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일 어려운 선택을 했다. 내가 어려운 선택을 할 때마다 내 매니저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5:5 기대치라는 말을 했다. 2월에도 그랬고 11월에도 그랬다. (이 말을 하는 의중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서 이렇게 말했었다. 아예 못할 것 같았으면 선택지도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어려운 것 고르는 사람이고, 지금이라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선택지에서 빼달라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진짜 해보고서 정말 못한다고 생각되면 그때 가서 얘기해 보자고.
올해 내렸던 선택들의 기준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물론 선택을 했다 뿐이지, 그 선택에 책임지는 일들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그런 선택을 한 나를 인정해주고 싶었다. 선택을 내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늘 그렇듯 어려운 선택을 한 나를 후회했으나, 또 몇 개월 뒤 후회 없이 잘 확인해 보았다라고 대답할 나를 만나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