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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Jan 31. 2023

회사에서 친구 만들지 말라는 이유

너무 친해지면 함부로 하게 되잖아

친구 너무나도 좋지만

회사에 관한 조언을 듣다 보면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회사에서 친구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다. 초년생 때만 해도 이 조언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세상을 삭막하게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동료들과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다 보면 서로 공감대도 형성되고 자연스레 말도 놓고 개인카톡도 하면서 친해지는 것인데 왜 친구를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일까 궁금증만 가졌을 뿐이다. 그렇게 회사 친구와 가지는 커피 타임은 달콤했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수다 떠는 시간은 소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친구 만들지 말라는 조언이 무슨 뜻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휴직 기간 동안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회사 생활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스스로 십계명 같은 것을 적어보는데, 가장 첫 번째로 ‘회사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감을 가질 것’이라는 문장을 적어본다. 적당한 거리감을 풀어보자면, '일하기 위해 만난 사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과도하게 친해지지 않을 것'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열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상대와 무작정 거리를 두라는 말도 아니다.


왜 나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자고 결정했는가

내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가까울수록 선을 넘는 사람, 친할수록 편하다고 생각해 상대를 막 대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친하게 지내더라도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종종 있는데, 초반에는 모두들 조심하기 때문에 친해지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친해지고 나서야 이 사람은 상대를 막 대하는 사람이었구나를 뒤늦게 깨달을 뿐이다. 그런 사람과 친해지고 나면 '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라는 이유로, 친하기 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 자신의 감정기복을 그대로 표현하거나

- 일의 피드백에 개인의 감정을 섞거나 (어떻게 네가 이런 이야기를 해?)

- 일의 긴장을 늦추기도 한다. 데드라인을 지키지 않거나 (아 너무 미안해. 오늘 못 줄 것 같아. 나 이거 내일까지 줘도 될까?), 문서로 정리해서 공유했던 내용을 말이나 카톡 등으로 가볍게 전달하는 등 (이거 지난번이랑 비슷하더라구. 알지?)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그렇게 필요 이상의 가까움이 생겨난 결과, 나의 회사생활과 일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한다. 일이 되도록 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친해짐의 결과는 곧 괴로움이 된다. 만약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만 맺었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일어났더라도 그 사람의 프로페셔널함에 문제 제기를 했을 일인데 어디에 터놓지도 못하는 속앓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반대로 친구이기만 했다면 이해하고 양보하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곳은 결과물을 명확히 내야 하는 회사라는 점이 괴로운 것이다. 이처럼 회사와 친구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은 계속해서 그려진다. 그렇게 이제는 회사에서의 내 일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까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면, 비즈니스 파트너라면 '시정하겠다'라는 피드백이 나왔을 이야기에 친구가 되었기에 ‘서운하다’라는 표현이 되돌아온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받아들일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선을 넘지 않는다.) 동료였다면 받아들였을 이야기도 '감히 어떻게 네가'라는 감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는 필연적으로 서먹해진다. 관계라는 것은 어느 한쪽만 서운할 수도 없다. 이렇게 부딪히는 과정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두 사람 모두 감정의 앙금이 남는다. 그리고 결국에는 친하기 전보다 못한 사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그리고 사실 처음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냈더라면 경험하지 않았을 무례함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렇게 상대가 나를 힘들게 할 때 회사에서는 스스로를 지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친해져서 내가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된 이후에는, 서로 예의를 차리는 이전의 관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만약 그런 상대를 동호회처럼 회사 바깥에서 만났다면 그 동호회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더는 얼굴 보지 않도록 인연을 끊는 손절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회사에서는 나도 이 일이 내 밥벌이고 상대 역시 이 일이 밥벌이다 보니 서로 불편해하면서도 누구 하나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초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일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를 하는 것이다. 그때 거리감을 두려고 하면 건강한 거리감이 아니라, 둘이 원수라더라 라는 소문만 무성한 관계가 된다. 이제는 파도가 치며 해안가를 마모시키듯,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밀려와도 앞에서는 웃으면서 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는, 친할 때 나누었던 대화들이 내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관계가 계속 좋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해관계가 부딪히거나 선을 계속해서 넘는 상황으로 부딪히면서 뒤늦게 거리를 두게 되면 서로 불편한 감정만 남고 이제는 '싫어한다'의 감정에 더 가까워진 관계가 된다. 그러면 친한 상태에서 나누었던 말들, 회사에 대한 고민이라던지, 지나가며 나누었던 동료 이야기 등등 모든 이야기들이 소문과 함께 되돌아온다.

친해지는 마법의 문장, 그리고 제일 위험한 문장: 어 너도? 어 나도!

사람이 친해지려고 하면 가장 먼저 공통점을 만들려고 한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회사 생활에 힘든 일이 많기 때문에 힘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힘도 되고 해결책도 찾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위험해진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되고,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나만 다른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워 한 마디 보탰던 것, 분위기에 취해 떠들었던 말들까지도 모두 다 약점으로 돌아온다.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관계, 그리고 무리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어긋난 관계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서로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관계 회복은 어려운데, 위의 과정들을 겪으며 이미 감정은 상했고, 관계는 회복할 기미가 없다. 그래도 일은 계속되어야 하니 얼굴은 마주쳐야 한다. 이제는 그냥 불편한 채 이 관계를 그대로 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인간관계가 추가되면 이제 무리가 되고, 편이 되는 것이다.


인연은 불과 같아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하던 중에 ‘뜻밖의 여정’에서 윤여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윤여정 선생님의 헤어 스타일링을 돕던 스태프가 윤여정 선생님이 데일까 싶어 고데기를 머리 깊게까지 하지 못하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고데기를 직접 안쪽까지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친해지면 고데기를 더 끝까지 말아야 해"라고 하며, 내가 왜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마음속에 어렴풋이 그리고만 있던 이유를 말한다. '친함과 고데기의 거리는 비례한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그 당시 내 마음에 확 와닿는 말을 윤여정 선생님이 하게 된다.


덜 친할 땐 사람들이 조심하잖아.
그러다 너무 친해지면 함부로 하게 되잖아.
원수가 되는 건, 친하기 전에는 원수 안 돼.
지나가는 사람하고 우리가 원수가 될 일이 있니?
친한 사람하고 원수가 되는 거지.


그리고 윤여정 선생님 이야기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자막으로 뜬다.

'인연은 불과 같아서 멀면 춥고, 가까우면 따뜻하나, 선을 넘으면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인간관계의 핵심을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믿는 것

그럼에도 사람에 대해 너무 나쁘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라는 게 반으로 나누듯, 이 사람은 착한 사람, 저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있지도 않다. 이렇게 관계가 정리된 데는, 누군가가 나빠서, 누군가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각자 잘해보려는 마음에서 무언가 삐끗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믿는 편이다. 시절인연이라는 단어를 늘 생각한다. 한 때는 서로가 잘 맞아 영감을 주고 합을 맞췄지만, 시간이 지나가듯 우리 관계에 시간이 흘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을 뿐이라고. 다만 인간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떠나고서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함께 하는 동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회사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감을 가질 것

그래서 복귀를 앞두고 스스로 돌아보았을 때, 나부터 더 조심하자는 생각을 한다. 가까울수록 더 예의를 지키고 조심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 하지만 또 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미 좋은 친구들을 많이 얻었고, 이렇게 예의를 지키며 일하다 보면 또 나와 결이 맞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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