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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26. 2024

글쓰기, 목차, 그리고 하루

잘 쓰기 위해서 잘 살아야 한다



글쓰기 힘들어하는 사람 많습니다. 목차 짜는 게 어렵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답은 '하루'에 있습니다. 하루가 글이고, 하루가 목차이며, 하루를 사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일을 통해 어떤 감정(생각)을 느꼈습니까?            

              예전에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습니까?            

              사람들에게 전달할 메시지 하나 정리해 보세요.            

              한 편의 글을 써 봅니다.            


위 순서 대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초고를 완성한 후에는 순서(구성)을 바꾸어도 좋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오늘'이라는 말을 '어제', '지난 주', '지난 달', '작년', '몇 해 전', '인생' 등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래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이를 바탕으로 세상에 전할 메시지를 정리하고, 한 편의 글을 쓰면 됩니다. 


메시지를 뽑아내기 어렵다 하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때 그 시절 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가 생각해 보는 것이죠. '지금의 나'가 '과거의 나'에게 쪽지를 한 장 보낼 기회가 생긴 겁니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에게는 이보다 더 금쪽 같은 메시지는 없을 겁니다. 


글쓰기에 익숙하고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능력 있다면, 그런 사람이야 굳이 하루나 목차에 대해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허나, 초보 작가의 경우에는 글쓰기와 목차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고 부족하기 때문에 기준을 세우고 따르며 연습하고 반복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넓고 크고 복잡하면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꾸준히 지속하기도 힘들고요. 이럴 땐 행위를 단순화하면 도움 됩니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하루라는 최소 단위로 쪼갤 필요가 있고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오늘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을 쓰기 위해서는 오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 주목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루를 살면 쓸거리가 생깁니다. 쫓기듯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오늘 자신이 무엇을 했으며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느꼈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습니다. 하루를 제대로 살지 못하면 글도 쓰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럴 듯한 주제를 찾는 사람 많습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막상 그럴 듯한 주제를 제시하면 글을 잘 쓰지 못합니다. 실제로 그럴 듯한 주제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요. 가장 잘 쓸 수 있는 주제는 '나'입니다. 나의 하루,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나의 인생, 나의 철학, 나의 가치관. 


내 것부터 시작해야 수월합니다. 나를 바로 아는 것이 글쓰기보다 더 중요합니다. 나를 알고 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궁리하고 고민하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도 찾게 마련이지요.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이고, 목차에서 중요한 것은 흐름입니다. 메시지와 흐름은 하루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아무 느끼고 깨닫는 바가 없다면 말이 안 되는 거지요. 인생 잘못 살고 있다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하루를 살면, 글쓰기 메시지나 목차 흐름 등 얼마든지 체계를 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어제 아들과 집 근처 식당 <더 포>에 갔습니다. 저는 '곱창 쌀국수'만 먹습니다. 최애 메뉴입니다. 그런데, 메뉴판에 '곱창 쌀국수'가 사라진 겁니다. 종업원 불러 물어 봤더니, 글쎄 이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 말고는 찾는 손님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해물 쌀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와! 이게 웬일입니까! '곱창 쌀국수'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아니, 굳이 맛을 비교할 것까지는 아니고요. 아무튼, 왜 진작에 '해물 쌀국수'를 먹지 않았을까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먹어 보지 않던 음식을 감히(?) 먹어 볼 용기! 해 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용기! 낯선 이들을 만나 보는 용기!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용기! 인생은 확장입니다. 만약, '해물 쌀국수'가 별 맛이 없었더라면, 아 이건 별 맛이 없구나 확실히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럼 다음부터 안 시키면 됩니다. 시행착오는 배움이 되기도 합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도, 그리고 배움이 곧 인생이지요. 다음에는 또 다른 음식을 주문해 보려 합니다. 인생 절반 살면서 먹어 보지 않은 음식이 더 많으니, 어쩌면 남은 시간들이 흥미진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 더 많으니, 배울 것도 많다는 뜻이겠지요.


위에 쓴 한 편의 글은 실제로 제가 어제 겪은 일입니다. 먼저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고, 다음으로 느낀 바를 적고,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정리합니다. 경험이 글쓰기이고, 하루가 목차입니다. 4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사람들은 이것을 방법 또는 비법이라 말하는데요. 굳이 그런 거창한 이름 붙일 필요 없습니다. 한 번만 따라 써 보면, 글 쓰는 게 마냥 힘들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구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쉽고 괜찮은 방법 있어도 연습하고 반복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습니다. 


맨 처음 글 쓰기 시작했을 때, 저도 참 갑갑했었거든요. 뭘 알아야 쓰지요. 배울 곳은커녕, 물을 사람조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글쓰기/책쓰기 배우러 오는 우리 수강생들 심정 누구보다 잘 압니다.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쓸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매일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1,200장에 달하는 한 달분 파워포인트 강의자료를 매달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나'로부터 시작합니다. 목차는 하루에서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미 우리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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