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하마터면 송금할 뻔

모든 걸 의심해야 하는 세상인가

by 글장이


온 가족 친분 있는 식당 사장이 있습니다. 아버지 현역에 계실 때부터 인연 맺었으니 20년도 넘었습니다. 가족 생일을 비롯해서 명절, 경조사, 어버이날 등 얼마나 세심하게 챙기는지 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장삿속이라 생각했습니다. 음식 팔아 돈 벌려고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잘하는 척을 하는 거라 여겼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저도 마음을 두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내면서 정을 주고받은 것이지요.


어젯밤 11시경. 라이팅 코치 양성과정 강의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그 식당 사장의 부친 부고였지요. 사람 죽고 사는 문제는 농담할거리도 아니다 싶어 아무런 의심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라는 문구만 보고는 내일 서울 다녀와야 하겠구나, 부조는 얼마를 보내야 하는가, 그런 생각만 했습니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그 식당 사장의 부친 부고를 아버지께 전했습니다. "뭐? 부친상? 그 양반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 잃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부친상이냐?" 이 한 마디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기가 찼고, 다른 한편으론 놀라웠습니다. 어쩜 이리 감쪽같이 문자 부고를 보낼 수 있는가.


보이스피싱에 민감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속고 돈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어리석다 여겼었지요. 그런데, 막상 제가 겪어 보니 이건 뭐 깜빡 속아넘어갈 만도 하다 싶은 겁니다. 혈육처럼 지내는 사람의 부고를 전해들으니 순간 아무 판단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명 그 식당 사장의 번호로 메시지가 왔습니다. 부고 소식 전하는 형식과 멘트도 너무나 자연스러웠고요. 다행히 서울대장례식장으로 직접 가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링크를 클릭하지 않았습니다. 여차하면 링크 접속하고 부조금 송금할 뻔했습니다. 어쩜 이리 정교하고 치밀하게 작업하는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보이스피싱이 등장한 건 꽤 오래 되었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누군가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아들 잡혀 있으니 돈 보내라는 협박 전화 받은 적도 있거든요. 아들이라 하면 목숨도 내놓을 어머니 마음을 이용한 나쁜 인간들 짓입니다. 그 또한 다행히, 어머니가 돈을 보내기 전에 부대에 있는 저한테 전화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덕분에 아무 사고 없을 수 있었지요.


보이스피싱 조직은 거대하고 전략적인 것 같습니다. 갈수록 발전하고, 교묘해지고, 일반인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나 화가 치솟다가도, 그들이 이토록 연구하고 궁리하고 발전하는 만큼 나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되묻게 됩니다.


나쁜 짓을 하는 놈들은 '발전'하고 있는데, 지극히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퇴보'를 하고 있다면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도둑질하는 인간들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하는 놈들도 매일 연구를 하고 있고요. 우리, 적어도 그런 인간들보다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 된 세상입니다. 스마트폰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지요. 그러다보니, 문자나 카카오톡이나 전화 한 통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금만 경계를 풀어도 속아넘어가기 일쑤입니다. 이제는 경조사 관련 소식도 꼭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하마터면 송금할 뻔했습니다. 부조금이야 몇 푼 날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만, 다른 일로 속게 되면 큰돈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없이 사는 사람들 평생 푼돈 모아서 어이 없게 날리면 그 비참하고 억울한 심정 어찌 감당을 하겠습니까. 나쁜 짓을 하는 인간들이 제발 마음 고쳐먹길 바라는 심정으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제 삶이 급속도로 좋아진 이유는, 글 쓰고 강의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덕분에 좋은 글과 좋은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덕분입니다. 다른 사람 도우며 살아야 내 인생도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 이왕이면 한 마디라도 힘 나는 말을 하고 한 줄이라도 선한 글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말과 선한 글을 써서 제 삶이 이토록 좋아졌으니, 남을 속이는 말과 글을 사용하는 인간들의 인생이 얼마나 비참해질 것인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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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넘은 아버지도 얘기 딱 듣자말자 보이스피싱이구나 금방 알아채는데, 저는 깜빡 속고 말았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경조사 관련 문자 받으면 진위 여부부터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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