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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9. 2024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글쓰기

내 안에 있는 새로운 눈을 발견하다


제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 한 가지를 고르라면, 단연코 술이었습니다. 술 끊은 지 이제 5년 다 되어갑니다. 과거 30년간 술을 마셨는데요. 그냥 마신 정도가 아니라 매일 퍼붓는 수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술버릇 잘못 들이기도 했고, 사회생활 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마시기도 했고, 사업 실패하면서 좌절과 절망으로 술에 기대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술을 마신 것이 제게 도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지 술을 마시는 그 순간의 즐거움?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짧은 쾌락 때문에 중독에 빠지기까지 했었지요. 


인생에서 후회 되는 모든 순간들에 술이 있었습니다. 물건을 잊어버린 건 기본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금이 간 것도 술 때문이며, 입에 담지도 못할 실수를 저지른 것도 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술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결국 저라는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거지요. 


사람 내면에는 두 가지 본성이 존재합니다. 천사와 악마입니다. 천사는 노력으로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의지가 사라지는 순간 악마는 저절로 나옵니다. 술에 취하면 의지나 이성 따위 사라집니다. 악마가 튀어나오는 게 당연하지요. 


한두 잔 기분 좋게 즐기는 수준이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술을 죽어라 마시는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한두 잔이라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인생의 절반을 술로 날렸습니다. 과거 큰 실패를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술 때문입니다. 술자리에서 사업 이야기가 오고 갔고, 술기운에 결정을 내렸고, 그래서 결국은 전과자 파산자가 되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렇게 술은 제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는, 해악이기까지 한 요물이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초보 작가가 글을 쓸 때, 어떤 것을 소재(글감)로 삼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 많은데요. 오늘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글을 써 보는 게 어떨까요? 


굳이 인생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칠 필요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살펴도 가능합니다.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휴지 한 조각도 글감이고요. 길가에 핀 잡초고 소재가 됩니다. 신발 밑에 붙은 껌딱지도 글감이 되고, 책상 위 먼지도 소재가 되며, 구입한 물건을 둘러싸고 있는 포장 박스를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겠지요.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면 두 가지 좋은 점 있습니다. 첫째, 쓸모없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쓸모있음을 찾게 됩니다.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다 보면 나름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둘째, 쓸모없는 것을 통해 나와 내 인생이 쓸모있음을 찾게 됩니다. 위에 제가 쓴 글처럼, 술이 아무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어떤 글감이 좋은 것인가? 어떤 소재로 글을 써야 제대로 쓸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은 그 자체로 우문입니다. 쓰레기를 가지고도 멋진 글 쓰는 사람 있고요. 빛나는 별을 갖고도 하찮은 글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 있습니다. 좋은 소재란, 얼마나 관심 갖고 관찰하느냐, 얼마나 집중하느냐, 얼마나 섬세하게 애착을 갖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 구분하고 평가할 만한 게 아닙니다. 


쓸모없는 것들에 관해 글 한 번 써 보세요. 어쩌면 그것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존재 가치를 다르게 볼 수도 있고요. 글을 쓴다는 건 내가 가진 또 다른 눈을 발견하는 일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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