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연습해야 할 것, "생각하기"

호모 사피엔스

by 글장이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마트에서 백세카레와 돼지고기를 집어들고 계산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데, 내 앞에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 한 명이 참이슬 가득한 장바구니를 들고 있다. 5년 전까지 나는 매일 술을 마시던 사람이었는데, 장바구니 속 술병들이 낯설었다.


5년 전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를 불러 이름이 뭐냐고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오늘 밤에 한 잔 하려는 모양이다. 마트에서 술을 사는 걸로 봐서 친구들과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마실 가능성이 크다. 괜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와 나의 거리는 불과 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다. 왜 그는 그이고 나는 나인가. 나는 왜 그 아저씨를 보며 과거의 나를 떠올리는가. 그렇다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인가. 앞으로의 나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인가. 나를 나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마트 계산대 앞에 잠시 서 있으면서 별 생각을 다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줄 서 있었으면 지루하기만 했을 텐데, 마침 또 다른 내가 바로 앞에 서 있어 준 덕분에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요즘 들어 자꾸만 과거의 내가 보고 싶어진다. 그리움과는 다른 감정 같다. 가을 같은 일상 덕분에 그 시절의 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존재라면, 나는 왜 그때의 내가 했던 생각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게 된다면, 그는 지금의 내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똑같은 '이은대'가 서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 이것을 '나'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집으로 가는 내내 '생각'했다.


우연히 로봇 청소기 광고를 보는데,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라는 멘트가 귀에 걸린다. 청소기가 알아서 다 생각해 주니까 사람은 그 만큼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이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좋은 점'인가 의문이다. 그럼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글 쓰다 보니 힘들고 어려워서 미치겠다"는 하소연 자주 듣는다. 무엇이 그리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생각이다. 생각하는 게 어려운 거다. 글이란 자기 안에 고인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텍스트로 전환한 결과물이다. 생각이 부실하면 글도 부실할 수밖에.


로봇 청소기와 스마트폰이 생각을 대신해주는 탓에 우리는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 상태로 원고지 12매를 채우려 하니 빈 손으로 우물을 메우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이다. 지금 우리는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치열하게.


"둘 중 어떤 게 더 낫습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이 오래 끌지 않고 대답한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명료하지 못한 답변을 하는 경우 많다. 선택지에는 강하지만,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표현하는 데에는 취약하다는 증거다.


"어디에 다녀왔습니까?"라고 물으면, "프랑스 파리에 가서 에펠탑 보고 왔어요."라고 술술 대답하지만, "프랑스 파리는 어땠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만 답변이 흐지부지 약해지고 만다. 콕 집어 무엇이라고 답하기 쉬운 질문에는 생각이 필요없지만,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주체의 생각과 견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 여행 계획중이다. 아들에게 이번 일본 여행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냐고 물었다. 아들은 거의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을 펼쳐 검색을 시작한다. 여기도 가 보고 싶고, 저기도 가 보고 싶고,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가족 여행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서 물은 거다.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답변이다. SNS에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라고 강조하는 곳에 가고 싶다는 것이 전부였다. 사색하지 않고 검색하는 삶을 사는 탓이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가 필요하고, 주제에 관한 자기 생각 마흔 개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이 약한 사람은 쓴 얘기를 또 쓰게 되거나 한 꼭지 분량 채우는 것도 힘에 부친다. 글쓰기가 힘든 게 아니라 생각하는 힘이 약한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을까? 평소에 생각하는 힘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람, 사물, 풍경 등 주변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피는 정성이 필요하다. 보려고 하면 보이고 들으려고 하면 들린다. 하루만 관심 갖고 살아도 어제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생각의 시작이다.


둘째,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이 매일 똑같을 수는 절대로 없다. 겉모습이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내면의 느낌이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 늘 보던 사람, 다 똑같은 것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야 생각하는 힘 키울 수 있다.


셋째, 적어야 한다. 머리로만 생각하려고 하면 금방 딴 생각으로 빠진다. 글로 쓰면 머리, 눈, 손, 가슴이 하나가 되어 집중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뭐라도 좋으니까 끄적끄적하면서 생각하는 습관 들이는 게 좋다.


넷째, 조급한 마음 내려놓아야 한다. 어떤 문제든 72시간 계속 생각하면 답 나온다고 했다. 사흘 빠져들어야 하는데 3분도 채 견디질 못하니 생각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안절부절 방방 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침잠하는 연습을 해야 생각하는 힘도 강해진다.


다섯째, 읽고 들어야 한다. 눈과 귀를 강화해야 뇌도 강해진다.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강하게 만드는 최고의 도구이다. 다른 사람 말 경청하는 것도 사고력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여섯째, 질문해야 한다. 묻지 못하면 답도 없다. 특히,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습관 키워야 한다.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삶을 만들어 갈 것인가. 나와 내 인생을 어떤 의미로 채울 것인가. 질문하면 생각하게 된다. 생각을 깊이 하면 세상과 인생 보는 눈도 생긴다.


"스마트폰 내려놓는 만큼 글쓰기 실력 향상됩니다!"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전한 말이다. 내 의견이 아니라 팩트다. 생각하는 힘을 앗아가는 이 요물을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도구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든다. 도구가 나를 통제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여기가 끝이 아닐 거다.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새 지옥문이 열리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호모 사피엔스. 다른 동물에 비하여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보는 인간관이다. 생각하는 힘을 포기한다는 것은 인류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내려놓고 생각하는 시간 매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나와 인류를 지키는 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잘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판단력이 필요하고, 판단력은 곧 생각하는 힘과 직결된다. 생가할 줄 모르면 판단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 말과 행동에 휘둘리게 마련이다. 과거에 나는, 생각할 줄 몰라서 엉터리 같은 판단과 선택을 했고 인생을 통째로 잃는 아픈 경험을 했었다.


생각하는 힘은 자기 중심을 견고히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이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명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 탓 남 탓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선택에 따른 모든 책임도 스스로 진다. 그야말로 주도적 인생을 살고 누리는 것이다.


생각하는 힘은 세상과 인생을 보는 안목도 키워준다. 불평과 불만보다는 문제 해결에 초점 맞춘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고민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간다. 이러한 생각의 힘 덕분에 인류가 다른 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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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하는 힘을 소홀히 여기면, 갈수록 사고력과 통찰력을 비롯한 살아내는 힘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혼란스럽고 소란한 세상이다. 중심 잡지 못하면 휩쓸린다. 생각하는 힘이 절실이 필요한 때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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