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존재

집착을 내려놓아야

Mar 21. 2025

영원한 관계는 없습니다. 영원한 사랑도 없습니다. 영원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영원합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해도 우리가 받는 상처 중 대부분은 사라집니다.

2016년 5월. 김해 율하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글쓰기/책쓰기 강의했습니다. 21명의 교사와 학부모가 초등학생 책상 앞에 앉아 제 강의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강의 도중에 "아멘!"이라는 말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열정 가득했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제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선생님한테 배우겠습니다!" 제 강의에 높은 점수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알찬 내용 전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었지요.

햇수로 10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강생들로 [자이언트]는 늘 북적입니다. 그러나, 눈을 씻고 봐도 김해 첫 강의에서 만났던 사람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느 순간 저와 [자이언트]를 떠난 거지요.

한 사람이 입과하면 잠을 설칠 정도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또 다시 하게 되지요. 한 사람이 저를 떠나면 밤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상처, 후회, 아쉬움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제 안을 뒤집어 놓습니다.

이제 깨달아야 합니다. 누군가 제게 왔다 하여 그가 영원히 제 곁에 머무는 건 아니란 사실을요. 영원한 관계는 없습니다. 영원한 사랑도 없습니다. 사람은 그저 내게 왔다가, 그리고 떠납니다.

사람이 왔다가 떠난 자리는 제법 넒고 큽니다.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이 오래 지속됩니다. 혼자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요.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을까. 내가 뭘 그리 섭섭하게 했을까. 떠나지 말라고 붙잡아야 했을까.

그러다 갑자기 화가 치솟기도 합니다.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잘해 준 건 다 사라지고, 서운한 것만 가지고 이렇게 떠나다니. 그래! 어디 잘해 봐라! 그러면서, 그의 앞날에 저주를 퍼붓기까지 합니다.

틀렸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사람은 그저 내게 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떠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온다고 좋다며 방방 뛸 것도 아니고, 떠난다고 허탈해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오는 겁니다. 그냥 가는 겁니다. 제가 할 일은, 지금 이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것뿐입니다.

살아 보니 사람이 제일 어렵습니다. 인간관계가 가장 골치 아픕니다.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제법 해 보았지만, 인간관계만큼은 정답도 비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막 좋아서 난리 치다가, 상처 받고 아파서 괴로워하다가. 이런 감정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서서히 지쳐가는 거지요.

오래 전 누군가 제게 그러더군요. "이대로 계속하다간 진짜 미쳐버릴 것 같다!"라고요. 그렇게 제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사람은 떠났고, 제 마음은 텅 비었습니다. 떠난 돈은 되찾을 수가 있었는데, 떠난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아픔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이 가장 큰 상처인가 봅니다.

정답이나 비법은 없다 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사람 관계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습니다.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좋아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워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미워합니다. 좋아하든 미워하든 결국에는 상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사람에게 집착하지 말아야 내 마음 지켜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