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인간관계도 어렵고 감정 처리도 힘듭니다. 사람 살아가는 데 힘들고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사람 살면서 가장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는 것이 존재 가치의 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어느 누군가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쓸모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때는 세상이 무너집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나'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또 내가 하는 말이 그의 삶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글쓰기/책쓰기 전문 코치이자 강사입니다. 개인 저서 열 권을 출간했고, 634명의 작가를 배출했으며, 매주 목요일마다 세상에 없는 라이브 퇴고 "문장수업"을 239회째 진행했습니다. 저는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글쓰기/책쓰기 분야 최고의 코치이자 강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제가 누군가로부터 "넌 글쓰기/책쓰기 분야에서만 전문가니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입 닥쳐라!"라는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네, 맞습니다. 저는 오직 한 분야 전문가일 뿐이지요.
누군가가 어떤 고민이나 삶에 대해 상담을 청해왔을 때, 단 한 번도 허투루 여기거나 대충 답한 적 없습니다. 사업 실패부터 시작해서 갖은 고난 겪으며 여기까지 살아온 경험 있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지간하면 조언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실제로 저의 조언을 듣는 사람들도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어느 정도 신뢰를 갖는다 믿었습니다.
사람마다 전문 분야가 있으니, 자기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지요. 밤새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오지랖을 떨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했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니 심장에 돌이 박힌 듯 먹먹하고 후회도 많이 됩니다.
강의 시간에 글쓰기/책쓰기 말고 다른 이야기도 많이 하거든요. 우리 수강생들 인생에 도움 될 만한 얘기도 하고, 때로 본질과 태도에 관해 잔소리도 하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글쓰기/책쓰기 전문가가 글쓰기/책쓰기에 관해서만 강의하면 되는 거지 별 쓸데없는 참견과 간섭까지 한 거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지요.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책쓰기보다 인생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요. 허나, "글쓰기/책쓰기 분야 이외에 다른 분야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라"는 말을 듣고는, 단 한 마디 반박조차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저는 진심으로 돕고 싶었으나, 그런 저의 진심이 상대에게는 참견과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변명을 좀 하자면, 상대가 먼저 조언을 구하기 전에 제멋대로 참견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때로, 상대의 선택이 무모하거나 위험하거나 삶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먼저 간섭을 하기도 했었지요.
아무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입니다. 제가 아무리 진심 다해 조언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제 말을 "비전문가의 참견"이라 여긴다면 아무 소용 없겠지요. 그동안 많은 이들과 나누었던 온갖 대화가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씁쓸하기 짝이 없네요.
누군가의 삶에 조언을 건네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입니다. 제가 상대를 아끼고 사랑한다 하여, 상대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도움을 주려는 말과 행동도 가려 가며 해야 하는 것이고요.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때마다 상황마다 주제마다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너한테 도움 되려고 말한 것뿐인데."
이런 태도는 조언을 건네는 당사자의 정당함만 주장하는 일방형 마음 자세입니다. 책을 쓰는 이유가 독자를 위함이듯이, 조언을 건네는 것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우선이어야 하겠지요.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내 말을 듣고 있는가 꼭 헤아리고 챙겨야 하겠습니다.
시련과 고난 겪으면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이제는 누군가의 고민이나 문제에 관해 충분히 조언을 건넬 자격 있는 줄 착각했습니다. 스스로 '안다'라고 여길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입 다물고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지금 제게 필요한 태도입니다.
존재 가치의 상실은 상처와 아픔입니다. 절망과 좌절이지요. 그러나, 머물러 있지만 않으면 됩니다.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실력을 쌓고, 삶에 대해 더 많은 식견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 모든 고통은 성장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글쓰기/책쓰기 강사로 코치로 일하면서 나름 공부 많이 했습니다. 수강생들에게 도움 주려고 책도 엄청나게 읽고 자료도 수없이 만들었지요. 그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제가 많이 '안다'라는 건방과 오만이 자리잡았나 봅니다. 태도를 달리하고, 공부에 더 매진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 중년의 품격!!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이은대 열 번째 신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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