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그리고 집중
"요약 독서법 강사 자격 과정"을 수료한 강사들을 대상으로 연구강의 및 학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사 자격 과정을 수료했다 하여 즉시 현장 투입하는 것은 다소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여, 충분히 준비가 된 상태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행이 잘 따라주어서, 이제 강좌를 개설하는 요약 독서법 강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연구강의 시간에 어떤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책을 빠르게 스킴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데 있어 강사들이 시간적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5분이라는 제한 시간을 두니까, 다들 어느 정도는 해내더란 사실입니다. 시간 제한 없이 그냥 하면, 10분이고 20분이고 한정 없이 늘어지던 사람들이, 5분 제한을 걸어두니까 그 안에 제법 결과물을 내곤 했습니다.
마감시간은 단순히 작업을 끝내야 하는 시점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마법의 도구이자, 시간 관리의 비밀을 가르쳐주는 스승입니다.
파킨슨의 법칙에 따르면, 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고 합니다. 에세이 한 편을 쓰는 데 한 달이 주어지면 한 달이 걸리고, 보름이 주어지면 보름만에 완성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특히 글쓰기 영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는 잘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문단 하나 쓰는 데에도 몇 시간씩 걸리곤 하는데요. 마감이 임박하면 고민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부족해도 일단 완성하고 봅니다.
재미 있는 것은, 그렇게 급하게 쓴 글이 오히려 더 생생하고 진정성 느껴진다는 사실입니다. 잘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머뭇거리거나 주저할 때보다, 시간의 압박 속에서 마구 쏟아낼 때 더 좋은 글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감이 다가오면, 우리 뇌는 완전히 다른 모드로 전환됩니다. 평소 산만했던 주의력이 한 곳으로 집중되고, 미루던 결정들을 빠르게 내리게 됩니다. 긴급함이 만드는 집중력이지요.
평소에는 스마트폰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다른 일들에 신경 쓰느라 온전히 집중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마감 압박이 있으면 이러한 방해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게 됩니다. 오직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평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의미 없는 일들에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마감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사실입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는 글을 잘써야만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됩니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 것 같고, 더 잘쓸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자꾸 벼르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감이 임박하면, 이러한 완벽주의가 사라집니다. 70점짜리 문장이라도 일단 쓰고 넘어갑니다. 놀랍게도, 이렇게 쓴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훨씬 높습니다. 문장 하나에 매달리다가 원고 전체 완성을 지연시키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모든 사례와 스토리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 페이지 완성하기도 힘듭니다. 마감의 압박 속에서 핵심 메시지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더 명확하고 실용적인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마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평소에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감 압박이 있으면, 뭐가 중요한 일인가 딱 구분을 하게 되지요.
글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충분할 때는 다양한 표현이나 부가적인 설명에 신경 쓰지만, 마감 다가오면 핵심 메시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내용에만 온 신경을 기울인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평소 많은 불필요한 요소들에 신경 쓰면서 살아갑니다. 나와 내 삶에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절실하고 절박한 것이 무엇인가. 마감은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외부 마감 압박 없이도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당연합니다. 인위적으로, 스스로 마감을 만들면 됩니다.
첫째, 자기 마감을 설정합니다. 나만의 마감 날짜를 설정하면, 마감 효과도 누릴 수 있고, 여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시간 제한 글쓰기를 실천합니다. 2시간, 1시간 등 글 한 편을 쓸 때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죠. 써 보면 압니다. 그냥 쓸 때와 마감 정한 후에 쓸 때의 차이점을 말입니다.
셋째, 포모도로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 됩니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의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글을 쓰면, 마감 압박 효과를 지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공개적인 약속을 하는 것도 효과 있습니다. SNS에 언제까지 글을 완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외부 압력을 통해 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마감이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진실은, 시간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10시간 동안 대충 글 쓰는 것보다, 2시간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실제로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집중할 때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몇 줄 쓰지 못하는 것보다, 30분 집중해서 한 페이지 완성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일은 미루기 십상입니다. 명확한 기한이 정해진 일은 반드시 완성하게 됩니다. 인생 꿈과 목표도 다르지 않습니다. 언젠가 이루겠다는 막연한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자기계발도, 새로운 도전도, 중요한 결정도, 그리고 글쓰기도, 모두 마감을 정해두면 실행 가능성 커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