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재능 없이 노력만으로 필력 키우는 확실한 방법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Nov 20. 2025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예술의 영역으로 분류하곤 합니다. 문학적 감수성이나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단정 짓기도 하지요. 하지만, 논픽션과 자기계발, 에세이 분야에서의 글쓰기는 예술이라기보다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목수가 대패질을 반복하며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듯, 작가 또한 문장을 다루는 기술을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습니다.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필력을 키우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선행되어야 할 점은,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감각'에서 '공학'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좋은 문장은 막연한 느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구조와 논리에서 나옵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필사'입니다. 단순히 남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라, 기성 작가의 호흡과 리듬, 문장 구조를 내 손끝에 입력하는 과정입니다.

문장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작가의 책 한 권을 선정해, 매일 A4 용지 반 장 분량을 소리 내어 읽으며 그대로 타이핑하거나 손으로 적어보는 훈련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는 뇌가 좋은 문장의 패턴을 기억하게 만들어, 내가 글을 쓸 때 그 구조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필사는 한 마디로, "글 잘쓰는 사람의 실력을 내 손끝으로 옮겨오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체득이지요. 이를 반복하면, 내가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연습했던 문장력과 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필사로 문장의 기초 체력을 다졌다면, 그다음은 절대적인 '양'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양질 전환의 법칙은 글쓰기에서도 유효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는 욕심은 오히려 필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완성도와 상관없이 매일 정해진 분량을 채우는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하루에 A4 1장이나 원고지 5매 등 물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분량을 채울 때까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식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뇌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해당 작업에 필요한 신경 회로를 강화합니다. 매일 글을 생산하는 행위 자체가 뇌를 '글 쓰는 뇌'로 최적화시키는 과정이며, 이 임계점을 넘어서야 비로소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필력은 '어휘의 양'과 비례합니다.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세계의 크기는 우리가 아는 단어의 크기와 같다고 하지요.

같은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누군가는 '슬펐다'라고만 표현하고, 누군가는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어휘 수집이 필요합니다.

사전을 곁에 두고 유의어와 반의어를 찾아보는 습관, 그리고 책을 읽다가 낯설거나 매력적인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따로 기록해 두었다가 내 글에 3회 이상 사용해 보는 훈련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풍부한 어휘는 문장을 다채롭게 만들고, 정확한 단어 선택은 글의 전달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쓰는 것'보다 '고치는 것'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초고는 누구나 거칠고 투박합니다. 필력이란 한 번에 명문을 뽑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써놓은 글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능력입니다.

글을 쓴 직후가 아니라,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소리 내어 읽었을 때 호흡이 걸리는 부분, 불필요한 접속사나 형용사, 중복된 표현들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글은 훨씬 간결하고 힘이 생깁니다.

잘 다듬고 수정하기 위해서는 '초고'가 존재해야 합니다. 따라서, 엉망진창의 초고를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없애는 것이 먼저입니다.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친다! 이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필력은 신비로운 재능의 결과물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쌓아 올린 훈련의 산물입니다. 좋은 문장의 구조를 모방하고, 절대적인 분량을 채우며, 어휘를 확장하고, 집요하게 퇴고하는 과정. 이 건조하고도 반복적인 훈련만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작가로 만드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