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원칙을 뒤집는 전략, 그리고 소명
내가 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두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글을 잘 못 썼다고 비웃을까 봐 두렵고, 내 글의 논리를 무너뜨릴까 불안하고, 수준 낮은 글이라며 조롱할까 봐 무서웠지요. 그래서 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안게 되었고, 이후로는 점점 더 글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혹시 연애 편지 써 본 적 있나요? 저도 학창시절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편지를 쓴 적 있는데요. 아! 어찌 그리 안 써지던지요. 썼다 지웠다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이 편지를 읽은 여학생이 나를 유치하고 형편없는 남자라고 여기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끝도 없이 느끼곤 했습니다.
반면, 연애 편지 말고 다른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는 하나도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탄탄한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스토리 전개로 분량 넘치는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안티-오디언스' 전략이고요. 다른 하나는 저 자신 살기 위한 글을 쓸 때였습니다.
첫째, '안티-오디언스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말이나 격언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외 없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새벽 기상은 성공의 필수 습관이다.
열심히 사는 자는 반드시 성공한다.
침묵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이런 말들은 그냥 말 자체로 충분한 메시지가 됩니다. 허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위 말들이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바로 이 점을 글로 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다른 더 큰 새한테 잡혀먹는 모습도 봤고요. 일찍 일어난 탓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종일 병든 닭처럼 하루를 소모하는 경우도 수없이 봤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생체 리듬을 파악한 후 그에 맞게 생활 패턴을 정하고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습관입니다.
'안티-오디언스 전략'이란, 독자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이 A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원칙이나 법칙에 반론을 제기하는 형식을 뜻합니다. 희한하게도, 연애 편지를 쓸 때는 한 줄 쓰기도 힘들었던 제가, 마치 화가 난 상태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글을 쓸 때는 논리정연하게 잘도 쓰더란 것이지요.
세상이 말하는 절대 기준에 반기를 드는 것. 단순 반대가 아니라, 경험과 사례로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논리나 예외 상황을 보여주는 글. 이러한 글을 한 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글 쓰는 과정이 막막하기만 한 게 아니란 걸 경험했을 겁니다.
둘째, '나의 결백을 밝히는 전략'입니다. 감옥에 있을 때,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 몇 있었습니다. 그들도 괴롭긴 마찬가지라서, 제가 늘 글 한 번 같이 써 보자 권했었거든요. 그들은 늘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고, 저 같은 사람이 무슨 글을 씁니까!"
그랬던 이들이, 판사한테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거나 제발 형을 좀 줄여달라 애원하는 편지를 쓸 때는 아주 세계적 거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찌나 글을 술술 잘 쓰고, 또 논리도 빈약한 틈이 없을 정도인지 놀라 자빠질 뻔했습니다.
사람은 그냥 일반적인 주장이나 의견을 글로 쓸 때는 독자 눈치를 살피기도 하지만, 자신이 살아야겠다 생각한 상태에서는 그 어떤 두려움이나 불안함도 없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절실함과 필요성으로 글을 쓸 때, 우리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말과 글은 언어입니다. 언어의 본질은 전달에 있지요.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할 때, 말도 글도 자연스럽고 논리적으로 잘하게 되는 겁니다.
수많은 초보 작가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책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책 한 권 내고 싶어서 책을 쓰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도 없고, 써야 하는 절박함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려 하니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괴롭겠습니까.
'안티-오디언스 전략'도 기존에 존재하는 세상의 틀을 깨부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고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글'도 절박함과 필요성 충분한 글입니다. 둘 중 하나의 목적으로 글을 쓸 때,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불안함에 떨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위 두 가지 전략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먼저, 유심히 관찰하고 귀담아 듣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럴 듯한 원칙과 법칙들이 내 일상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바뀌는가 파악할 수 있어야만 '뒤집는'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내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절박함과 필요성을 찾아야 하는데요. 위기에 처해야만 절실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방법과 길을 전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거든요. 네, 맞습니다. 진짜 그런 마음 품은 게 아니라, 그런 '척'만 했던 겁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소명인 척'만 해도 두려움과 불안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을 살면서 눈과 귀에 촉을 바짝 세워야 하고요.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자신만의 소명을 정해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초보작가가 아무런 두려움도 불안함도 느끼지 않은 채 꾸준히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속담이나 격언 하나 정해서, 그 내용을 뒤집는 글 한 번 써 보길 바랍니다. 왜 글을 쓰고 책을 내는가 자기만의 소명도 한 번 정해 보길 권합니다. 이런 연습과 훈련을 매일 꾸준히 하면, 그냥 무턱대로 글을 쓸 때보다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실력 늘일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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