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생각을 나의 생각과 섞어 편집하고 기록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습니다. 그 초인적인 업적의 비결이 바로 '초서'에 있습니다. 초서란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베끼기(필사)를 넘어,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분류하여 내 생각을 더하는 고도의 지식 편집 기술입니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에서 손으로 생각하는 독서로 넘어가는 법, 다산의 지혜를 빌려 3단계로 정리해 봅니다. 책 읽겠다 결심만 하고서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초서 독서법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인생 만들길 바랍니다.
첫 단계는 입기(立記)입니다. 나만의 주관을 세우고 읽는 것이지요. 다산은 독서를 하기 전, 반드시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 목적을 분명히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주관 없이 읽는 책은 그저 글자의 나열일 뿐입니다.
책을 읽기 전 여백이나 노트 상단에 이 책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나의 질문을 적습니다. 이것이 기준점이 되어 수많은 정보 중 내가 '초서'해야 할 핵심을 걸러내 줍니다.
두 번째 단계는, 선택과 초록(抄錄)입니다. 보석 같은 문장을 채집하는 거지요. 책의 모든 내용을 다 적으려 하면 금방 지칩니다. 다산은 자신에게 필요한 대목, 영감을 주는 대목을 골라 뽑아 기록했습니다.
책 읽으면서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나 중요한 정보에 밑줄을 칩니다. 그런 다음, 독서 노트를 펼쳐 그 문장을 옮겨 적습니다.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이 문장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 줄이라도 덧붙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분류입니다. 흩어진 지식을 연결하는 겁니다. 초서의 진정한 마법은 '분류'에서 일어납니다. 정약용 선생은 초서한 메모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묶었습니다. 이렇게 묶인 지식들이 쌓여 결국 한 권의 책이 된 것이지요.
노트를 쓸 때 한 권의 책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인간관계', '마케팅', '삶의 태도' 등 주제별 인덱스를 만들어 여러 권의 책에서 나온 비슷한 지식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겁니다. 낱개의 정보가 연결되어 나만의 '지식 체계'가 구축되는 순간입니다.
왜 '필사'가 아닌 '초서'일까요? 많은 사람이 필사와 초서를 혼동합니다. 필사는 원문을 그대로 복제하는 수행에 가깝다면, 초서는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섞는 '편집'입니다. 다산은 "생각 없이 적기만 하는 것은 종이 낭비"라고 경계했습니다. 지식을 내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는 과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그 지식은 나의 '지혜'가 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 딱 하나만 골라봅니다. 메모지나 노트에 그 문장을 옮겨 적습니다. 그 아래에 [나의 생각]이라는 머리말을 달고, 이 문장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적습니다. 이 메모를 비슷한 주제의 다른 메모들과 함께 모아두는 폴더나 파일을 하나 만듭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초서하지 않는 독서는 독서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책 속의 지식을 내 손 끝으로 통과시켜 나만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때, 단순한 독자를 넘어 '지식의 생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초서 독서법을 자주 활용합니다. 복잡한 독서 노트 양식 질색입니다. 책 읽다가 좋은 문장 만나면 즉시 옮겨 적고, 그 옆이나 아래쪽에 저의 생각을 적어둡니다. 제가 출간한 11권의 책은 모두 초서 독서법이 그 바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대한 책의 바다에서 길 잃지 말고, 초서라는 그물을 던져 자기만의 소중한 지식들을 건져 올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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